주제별 이슈2010.01.03 09:32
먹고살 걱정이 일년 내내 떠나지 않았던 2009년이 저물고 있다. 올해를 시작하면서 많은 국민들은 일자리와 생계, 자산 폭락과 매출 감소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급전직하로 악화되는 경제지표들을 초조하게 지켜봤다. 그런데 한 해를 마감하는 지금, 언제 그랬냐는 듯이 여론 분위기가 돌변한 것처럼 느껴진다. 경제는 역성장을 멈추고 빠르게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고, 증시와 부동산은 대폭락은 고사하고 과열을 걱정할 처지가 됐다.

이와 같은 한국경제의 급격한 회복에는 정부의 강력한 경제 개입과 경기부양,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한 한국의 유력 초(超)대기업들의 선방, 그리고 파산의 위기에서 한숨 돌린 월가 금융자본의 한국 주식시장 귀환이라는 3대 요인이 있었다. 그 가운데 가장 결정적인 것은 바로 정부였다.

경제가 급전직하로 추락행진을 하자 정부는 파격적인 금리인하를 필두로 대규모 유동성을 금융회사에 공급하고 부실자산을 매입해 주는 한편, 국가 재정을 풀어 대규모 경기부양에 나섰다. ‘정부 주도의 위기탈출 전략’이 시작된 것이다. 정부의 개입은 금리인하와 은행구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2008년 대비 17퍼센트 이상 늘어난 재정을 동원해 소비·투자·고용 등에 걸쳐 전방위적으로 경기를 부양하고 경제실적 지표들을 끌어올렸다. 한국 정부의 역할은 다른 나라들을 압도했고 회복속도도 빨랐다.

그 결과 정부의 개입이 없었다면 마이너스로 빠질 것이 확실시되던 성장률이 플러스로 전환됐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정부 재정지출로 인해 경제성장률을 1.5퍼센트 정도 끌어올릴 수 있었다고 추정하고 있다. 연평균 -30만 명선으로 줄어들었을 일자리 감소를 멈춰 세웠던 것도 순전히 정부였다. 시장의 자기조정 능력과 자기 치유력을 굳게 믿고 “시장은 선(善)이고 국가는 악(惡)”이라는 신념 아래 작동해 왔던 자유시장 자본주의가 극적으로 ‘응급처방용 국가자본주의’로 변신한 것이다.

그러나 ‘국가의 귀환’이라고 표현할 만한 정부 주도 위기 탈출전략이 ‘놀라운 경기회복’이라는 긍정적인 효과만 만들어 낸 것일까. 그렇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지표 경기와 체감 경기’의 격차를 확대했다는 것이다. 국내총생산(GDP) 같은 지표들은 급격한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가계경제와 연관된 각종 지표들은 아직 침체의 늪을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 가정의 실질소득은 올해 1분기 -1.8퍼센트, 2분기 -1.3퍼센트로 경제성장률 회복에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해에 비해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경제위기 와중에서 지표경기와 체감경기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고 이 때문에 일반 국민들은 경기회복을 실제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또 하나의 문제가 있다. 성장률 플러스 회복은 공짜로 얻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2009년 한국경제의 성장률은 바로 대규모 국가재원 투입이라고 하는 값비싼 비용을 지불한 대가다. 그 비용지불은 국가의 재정수지 악화라는 부채를 국민경제에 떠넘겼다. 통합재정수지 기준으로 올해 들어오면서 마이너스 행진이 시작됐고 2009년 9월 기준으로 -25조 원을 넘고 있다. 이는 당장은 아니더라도 미래의 재정위기 부담으로 남을 것이다. 우리나라 주요 경제지표를 플러스로 만든 뒤에는 가계의 소득을 마이너스로, 국가의 재정을 마이너스로 후퇴시키는 희생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2009년 한국 국가자본주의의 정확한 손익계산서다.

그렇다면 2010년에도 국가자본주의는 지속될 것인가. 정부에서 말하는 ‘출구전략’을 다르게 표현하면 정부 주도의 경기회복에서 민간 주도의 경기회복으로 되돌리겠다는 것이다. 국가자본주의에서 자유시장 자본주의로 되돌리고 싶다는 뜻이다. 그러나 민간부문을 뜻하는 기업과 가계는 여전히 역할을 넘겨받을 준비가 안 된 듯하다. 기업이 투자를 확대하고 고용을 늘리겠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가계가 본격적으로 지출을 정상화하겠다는 소식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출구전략 시점을 잡지 못하는 이유다. 결국 아직 위기는 끝나지 않은 것이고 정부 주도의 ‘경제위기 관리체제’는 2010년을 시작하는 시점에서도 종료되지 않은 것이다.

김병권/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부원장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