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2009.12.22 10:27
2009년 3월까지만 해도 세계 경제를 대 혼란으로 빠뜨렸던 글로벌 금융위기가 예상을 깨고 적어도 성장률(GDP)지표와 주가지표 등에서는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가장 큰 이유가 각국 정부의 대대적인 구제 금융과 금리인하, 그리고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지출임은 잘 알려져 있다. 경기가 회복조짐을 보이자 쏟아졌던 각종 ‘구제와 부양’을 거둬들이는 출구전략을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분분한 상황까지 발전했다.

주요국 정부들의 파격적인 시장개입과 함께 경기회복 요인으로 꼽히는 지점이 바로 성공적인 국제공조로 세계적인 동시 경기추락을 방어했다는 것이다. 1929년 대공황 당시 미국을 필두로 앞 다퉈 대대적인 관세장벽을 쌓으면서 국제적 공황해결 노력을 외면했던 것에 비하면 분명 진일보한 것이다. 실물경제가 침체에 빠지자 선진국 중심으로 어김없이 보호무역주의 경향이 나타났지만 우려할 수준은 아니었다. 비교적 동시적으로 금리인하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대규모 재정지출 실시도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G8에서 G2와 G20으로”. 외견상 이것이 금융위기가 유발시킨 국제경제 질서의 가장 큰 변화일 것이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 철저히 무시당했던 UN은 지금도 여전히 국제공조의 틀이 아니다. 금융위기가 발발하자 미국은 2008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기존의 선진국 정상회의체인 G8과 IMF를 주요 틀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그러나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후에도 이들이 전혀 제 기능을 못하자, 2008년 11월부터 G8에 BRICs국가들과 일부 신흥국이 참여하는 G20회의가 등장했고 IMF 개혁 목소리가 동시에 터져 나온다. 아울러 대부분 주요국들이 마이너스 성장에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플러스 6퍼센트 성장률 밑으로 내려가 본 적이 없는 중국경제의 위상이 급격히 높아졌던 것이다.

2009년 9월 미국 피츠버그 정상회의에서 확인되었듯이 이제 “G20은 가장 중요한 국제경제협력체로 지정” 되었고 그 내부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전략적 경제 협력자로서 위상을 가지고 양국 정상회의(G2)를 통해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틀을 굳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한국은 G20정상회의의 구성원이자 2010년 11월 G20정상회의 개최국으로 지정된다.

이명박 정부는 아마도 올해의 가장 중요한 치적으로 2010년 G20정상회의 개최를 지목할 것이다. 지난 9월 G20회의 한국 개최가 결정되자 ‘국운 융성의 계기’라며 엄청나게 홍보한 사실에서, 그리고 곧바로 G20회의를 위한 대대적인 준비에 돌입한 사례에서 잘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세 차례의 G20회의를 통해서 과연 성공적으로 국제 공조를 해왔고 앞으로도 적절한 공동대처가 가능한지, 그리고 한국은 G20회의를 통해 세계의 보편적 이익에도 부합하고 한국의 이익에도 맞는 경제외교를 펼쳐 왔는지를 짚어보도록 하자.

사실 G20회의가 금융위기 과정에서 합의하고 대책을 내놓고 있는 결과는 실제에 비해 상당히 과장되었다고 판단된다. 신속한 금리인하와 경기부양은 공조의 산물이라기보다는 개별국의 필요에 따른 요인이 컸다고 보면, 정작 필요했던 글로벌 금융안정을 위한 대책은 은행 자본규제 강화, 금융회사의 인센티브체계 규제 강화, 그리고 장외파생상품 시장 개혁과 관련된 몇 가지 대책들 정도다. IMF개혁은 쿼터를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5퍼센트 정도 옮기는 정도에 불과하다. 출구전략에 대해 공조를 하겠다고 합의했지만 이는 2010년 실제 출구전략 시기가 와 봐야 알 수 있는 문제다.

글로벌 불균형 체제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이를 파생시킨 불안한 달러 기축통화체제를 무엇으로 대체할 것인지, 나아가 달러 캐리 트레이드까지 겹치면서 최근 자산시장 거품위험을 재연시키고 있는 글로벌 자본 이동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합의사항이 여전히 없다는 것이다. 특히 세계적인 성장 지표 회복에도 불구하고 개선의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는 고용문제에 대해서는 “2010년 초에 미국 주도로 노동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하겠다는 정도의 의례적 논의 수준을 벗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이보다 더 중요한 사실이 있다. G20이 과연 세계 200여개 나라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대표하여 공조를 하고 있는 것인가하는 점이다. 현실은 G20국가 가운데에서도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과 유럽의 이해관계가 다르고 선진국과 BRICs 그리고 선진국과 신흥국의 이해관계가 다르며 G20국가 전부와 대부분 개발도상국의 이해관계는 더욱 격차가 나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규제만 하더라도 이미 금융이 산업의 중심인 미국이 규제에 소극적인 반면, 유럽은 ‘토빈세’ 도입 정도까지 논의 테이블에 올려놓자는 차이가 있다. 국제 결제통화로 자국 통화를 쓸 수 없는 신흥국들은 불안정한 달러기축통화체제에 대한 대안 통화체제의 필요성이 높지만 상대적으로 선진국은 소극적이다. 특히 최근 달러캐리트레이드가 활발해지면서 신흥국으로 유입되는 금융자본이 자산시장 거품위험을 키우면서 자본통제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G20에서는 제대로 논의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지속적이고 균형 있는 성장’이라는 식의 추상적인 개념 외에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를 대체하는 경제 패러다임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도 전무하다.

이런 상황에서 신흥국의 일원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의 역할은 보기에 따라 매우 중요하다. 즉 한국은 G20회의에서 선진국 편을 들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신흥국 입장을 대변하여 자본이동 통제 방안을 의제화하고 대안 통화체제 모색에 적극적이어야 하며 신흥국 이익에 맞는 무역질서를 요구해야 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G20정상회의 주최국으로서 자본통제를 고려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식의 주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가 지난 10월 26일, “우리나라는 내년 주요 20개국 의장국”이라면서 “자본통제를 하는 나라가 금융정상 모임인 G20의 의장국 노릇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발언했던 데서 잘 나타난다. 이는 정당한 주장이 아니다. 글로벌 국가의 핵심 축으로 부상한 중국은 왜 여전히 자본통제를 풀지 않고 있는가. 진정 국제적으로 칭찬받는 G20회의를 개최하고 싶거든 기존 G8 국가들의 대변인 노릇을 하지 말고 다수의 신흥국 입장을 대표해서 적극적으로 발언을 해야 하는 것이다.

나아가 이른바 ‘기여외교’라는 신조어까지 동원해 선진국 흉내를 내면서 아프카니스탄 파병도 기여외교의 일환이라고 강변하는 것은 실상은 과거의 대미외교 일변도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한 발상이다. 지금은 적어도 미국 중심의 일극적 신자유주의 세계체제를 벗어나 경제적 다극화라는 뚜렷한 추세로 움직이고 있음을 부인해서는 안 된다. 동아시아 협력에 기반을 둔 다극화 외교로 적극적인 전환을 모색할 시기다.

김병권/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부원장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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