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2009.12.18 09:59
투자수익률 계산의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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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32조 투자 89조 대박?

최근 주요 경제신문들을 비롯하여 일간지들이 한국거래소의 보도자료를 인용해 2009년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32조 원을 투자해서 89조 원의 투자수익을 얻었다는 기사를 일제히 보도하였다. 새사연은 그동안 투기적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이 세계경제체제의 불안정성을 키웠고, 1997년의 한국, 2008년의 아일랜드, 아이슬란드, 그리고 두바이의 예처럼 국가경제 자체를 파탄시켜 버릴 수 있는 ‘대량파괴 무기’라고 이야기해 왔다. 그렇기에 이 보도를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그러나 89조원 대박의 근거로 사용한 계산방법이 석연치 않게 느껴졌고, 보도의 내용이 독자들에게 오해를 심어줄 수도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좀 더 정밀한 투자수익 계산을 시도해 보았고, 투자수익과 관련된 사회적 의미를 파악해 보기로 하였다.

먼저 한국거래소의 보도자료를 인용하여 쓴 기사를 하나 살펴보자.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일 현재 외국인이 보유한 주식의 시가총액은 286조 3404억 원으로 지난해 증시가 폐장한 12월 30일의 165조 7996억 원보다 72.7퍼센트(120조 5408억 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 투자자가 주식을 사는 데 쓴 돈인 순매수금액은 31조 5855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 증가분에서 외국인 순매수금액을 제외한 외국인의 투자수익은 88조 9500억 원으로 추정됐다(경향신문, 2009.12.13).

이 보도를 보면 마치 외국인이 32조 원을 투자해서 89조 원의 수익을 올린 것처럼 오해를 할 수도 있다. 코스피 지수가 2007년에 2000포인트까지 올라갔다가 하락하기 시작했고, 2008년 9월 리만브러더스 파산사태 이후 급락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들이 보유한 주식의 시가총액뿐만 아니라 시장 전체의 시가총액이 급격히 떨어졌다. 2009년 2월말부터 주가가 다시 회복하기 시작하였는데, 주가상승을 외국인들의 투자유입이 주도한 것은 사실이지만 89조가 신규투자에 붙은 수익은 아니다. 대부분은 팔지 않고 보유하고 있던 주식의 시가총액이 ‘회복’된 것이다. 같은 계산 방법을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수익에 적용하면, 국내 기관과 개인은 약 170조의 대박을 냈다고 볼 수 있다.

2. 수익률 계산의 근본적 어려움

이런 주먹구구식 계산이 모든 일간지를 장식할 수 있는 것은 수익률 계산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사실 때문이다. 먼저 외국인을 마치 한 명의 주체처럼 취급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 주식시장에는 180여개의 다수의 외국 투자기관과 많은 개인투자가들이 공식적으로 등록하여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투자시장에서 서로 경쟁하며 먹고 먹히는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물론 국제 정치경제적 흐름에 따라 형성된 추세를 한꺼번에 좇는 경향이 있어, 들어가고 나갈 때 몰려다니면서 소위 붐 앤 버스트를 일으키곤 한다.

두 번째 문제는 수익률은 어떤 종목을 누가 얼마에 사고 얼마에 팔았는지 알아야 계산 가능하다. 외국인을 하나의 주체로 취급할 수 있다고 가정하고 계산해도 이들이 어떤 주식을 얼마일 때 사서 얼마일 때 팔았는지 모르면 계산이 안 된다. 증권사에서는 이런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계산이 가능하지만, 전체를 파악할 수는 없다. 외국인들이 판 주식이 1998년에 ‘헐값’에 사들인 것인지 2007년에 ‘고가’에 산 것인지 모른다. 매도한 것에 대한 수익률을 얘기했지만 평가차익도 마찬가지다.

3. 대안적 계산 방법

이런 원천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가정을 전제로 좀 더 정밀한 방식의 계산을 할 수는 있다.

아래 표1은 2009년 2월부터 12월 10일까지 월 단위로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순매수 규모와 외국인 보유주식의 시가총액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2008년 12월말을 기점으로 하지 않고 2009년 2월을 계산의 기준점으로 잡은 이유는 3월부터 외국인들의 순매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시가총액도 12월말보다 2월말이 더 낮기 때문에 언론에 보도된 계산과 비교할 때 문제가 되진 않는다.

계산을 용이하게 하기위해 다음과 같이 단순화한 모델을 전제로 한다. 우선 언론 보도처럼 외국인은 하나의 투자주체라고 가정한다. 그리고 2009년 2월말까지 보유한 주식은 하나도 팔지 않고, 3월부터의 순매수는 신규투자로 생각한다. 이렇게 모델을 만들면, 외국인들의 전체 투자는 매월 변동금리가 적용되는 복리형 정기예금 플러스 적금 복합상품과 같아진다.

따라서 이자율에 해당하는 월 수익률을 먼저 구하고 월 복리로 매달 순매수 투자액의 현재적 가치를 구할 수 있다. 또한 원금(즉, 2월 말 보유 주식의 시가총액)의 수익률도 분리해서 구할 수 있다. 수익률은 다음과 같은 간단한 공식으로 구한다.

이 식과 함께 복리계산표를 이용해 매월의 수익률을 계산하고, 각 달에 신규투자액의 현재적 가치를 평가하면, 지난 2월부터 현재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규투자 총액은 약 25조 8000억 원이고 그 현재적 가치는 30조 9000억 원이다. 신규투자에 붙 수익은 5조 1000억 원인 셈이며, 수익률은 20퍼센트이다.

2월말의 시가총액과 현재(12월 10일)의 시가총액 차이는 약 130조 원인데, 이 중 약 100조는 2월말까지 보유하고 있던 주식의 가격이 올라가면서 만들어 진 것이다. 이는 2월말에 예금한 것으로 가정한 원금 156조 원이 255조 원으로 증가한 것으로서, 수익률이 63.8퍼센트였다(표2 참조).

4. 환율의 고려

외국인 투자자들의 수익을 계산할 때는 한 가지 더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바로 환율이다. 이를 고려해서 다시 계산하면 외국인들의 신규투자 수익률은 더 올라간다. 2009년 2월에 원-달러 환율이 1500원/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는데, 차츰 안정되기 시작해 현재는 1160원 수준이다. 2월에 환율이 고점에 달했을 때 주식을 사서 지금 팔면, 주식가격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달러 당 400원 정도는 그냥 수익으로 남는다. 매달 신규매수에 필요한 돈이 외국에서 달러로 조달되었다고 가정하고 월평균 원-달러 환율을 고려해서 계산하면, 신규매수 수익률은 20퍼센트에서 28퍼센트로 높아진다. 그 차이를 원화로 계산하면 약 1조 6000억 원이다. 만약 외국인 신규매수가 모두 단기성 투기자본이고 12월 10일에 일제히 차익실현을 하고 본국으로 송금했다고 가정하면 외국인 투기꾼들은 9개월 만에 주식시장에서 5조원, 외환시장에서 1조 6000억 원의 수익을 얻는 것이다 (물론, 순수한 가정이다).

5. 자본의 세계화에 대한 단상

올 2월부터 지금까지 한국 주식시장에 들어온 외국인 신규매수 전체가 단기성 투기자본은 아니다. 금융감독원의 분석에 따르면, 주식시장에 유입된 단기성 달러 캐리 트레이드 자금은 1조 원 정도이고, 신규투자의 대부분은 중장기 펀드 자금이라고 한다. 채권시장까지 포함해서 약 7조 5000억 원이며, 이는 전체 순유입액의 15.3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외국인들의 투자가 중장기적인 성격을 띤 것이라면 외국자본과 국내토종 자본의 차이는 거의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면서 유가증권시장의 존재 자체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면 말이다. 올해 주식시장 최대의 수혜자는 이건희와 정몽구라고 한다. 12월 초를 기준으로 이건희가 보유한 지분의 평가액은 올 초 1조 3560억 원에서 3조 8351억 원으로 2조 4790억 원이 늘었다. 정몽구의 주식 보유지분의 평가액도 연초보다 2조 4390억 원이 늘어나 4조 2049억 원이다. 이 두 사람보다는 적지만, 최태원, 신동빈, 정몽준 등도 1조를 훨씬 뛰어 넘는 자산가치 상승의 기쁨을 누리고 있다.

물론 이들과 외국자본의 차이가 없지는 않다. 이들 재벌가의 주인들은 좀처럼 주요 기업의 주식을 처분하진 않는다. 하지만 외국자본만 단기성 매매를 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의 많은 기관과 개인 투자가들이 매일 단타성 매매(day trading)에 매달린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자본 중 많은 부분은 주요 기업에 전략적 투자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시중은행이나 삼성전자와 같은 핵심기업들에 투자되어 있는 자본들은 대부분 장기투자이다.

맥킨지 글로벌에 따르면, 세계 주식시장의 약 30퍼센트는 세계화가 돼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외국인 소유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시장의 경우 2004년 7월에 외국인 소유지분이 주식수로 따지면 23.5퍼센트, 시가총액 기준으로 44퍼센트까지 올라간 적이 있다. 그 후 차츰 낮아지기 시작해 (즉, 차익실현을 하기 시작해) 2009년 3월 주식수를 기준으로 15.3퍼센트, 시가총액으로는 28퍼센트까지 내려갔다. 3월 이후 다시 외국 자금이 유입되면서 현재 주식수로는 약 17퍼센트, 시가총액으로는 32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위기라는 최악의 상황에서 유지되었던 올 초의 소유지분 수준이 아마 한동안 깨지지 않을 바닥이 될 것 같다. 현재 수준이 세계적 평균에도 근접해 있기에 현 수준을 기준으로 아래위로 일정정도 변화를 보이면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의 세계화된 자본주의에서 국내자본 대 외국자본의 구도로 투자의 세계를 바라보는 것이 그리 합리적인 틀은 아니다. 그러나 국제적으로 정치경제적 상황이 급변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1997년의 위기 때도 그랬고,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도 그랬듯이 문제가 생기면 일시에 빠져나가 유가증권시장과 외환시장을 동시에 붕괴시키며 국민경제를 초토화시킬 수 있다. 아일랜드, 아이슬란드, 두바이 등 얼마 전까지 성공신화로 본받아야할 대상으로 칭송받던 나라들이 외국자본이 썰물같이 빠져나가자 그대로 무너져버렸다. 이것도 우리가 직시하고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중요한 현실적 변수이다. 이런 위기를 겪고도 여전히 외국자본 유치를 해야 한다고 열변을 토하고 다니는 정부관계자들을 우리가 말리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다름 아닌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다.

박형준/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상임연구원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