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2009.10.20 10:26

지난 9월의 취업자 수가 10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증가했다는 소식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9월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7만 1000명이 늘어났고 실업률은 3.4퍼센트로 떨어졌다. 수치로만 보면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는 등 금융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가기 시작한 작년 9월 수준에 가깝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고용시장이 살아나고 있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기도 하다. 정말 올 겨울부터는 더 이상 취직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까.
 
미국 증시가 1만 포인트를 돌파하는 등 세계 곳곳에서 경기 회복의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기도 하지만 고용 사정만은 여전히 암울하다. 지난달 실업률이 무려 9.8퍼센트에 달한 미국의 경우가 단적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향후 경기 회복의 실질 지표이자 최종 지표는 고용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면 지난달 10개월 만에 최대 취업자수 증가를 기록한 한국은 상황을 낙관해도 될까. 유감스럽게도 그렇지가 않다.

착시현상 일으키는 9월 고용동향

우선 고용지표가 개선될 수 있던 요인들을 살펴보면, 한달 새 상용직이 약 10만 명 늘어났으며 건설업과 제조업에서는 감소폭이 각각 약 3만 명, 2만 명 줄었다. 하반기 채용 계절을 맞은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9월 들어 삼성, 현대, GS, SK, 두산, 한화 등 대형 건설사들의 하반기 공채로 채용시장이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게다가 지난해 9월에는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무려 취업자 수가 무려 5만 명 이상 줄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9월 고용동향에는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했을 것이란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사실 올해 6월 이후 정부의 희망근로 효과가 3분기인 7~9월까지 이어질 것이란 점은 이미 예고되었다. 새사연도 이미 “정부가 25만 명 규모의 희망 근로를 실시하여 고용 추락을 임시로 억제하기 시작한 6월 이후 추세의 연장선상에 있는데 이는 추석을 앞둔 3분기까지인 9월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힌바 있다(<한국노동시장 2차 구조변동의 4대 징후>, 2009.9.16).

실제로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제조업 -11만 8000명, 건설업 -7만 5000명, 도소매 음식 숙박업 -15만 8000명 등 민간부문의 고용은 여전히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공공부문에서 32만 6000명이 증가했다. 한국의 고용상황을 떠받치고 있는 것은 희망근로와 청년인턴제 등 단기 일자리들임을 확인할 수 있다.

‘취업자의 고령화’ 현상도 눈에 띈다. 주력 노동계층이라고 할 수 있는 20, 30대는 여전히 민간 고용부문에 진입하지 못하는 반면 50대 이상의 고령층은 공공부문에서 임시로나마 일자리를 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20, 30대 취업자수는 30만 명이 줄었지만 50대 이상은 35만 명이 증가했다. 그 결과 이명박정부 집권 이전과 비교해 전체 취업자 가운데 5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4퍼센트가 늘고 20대, 30대의 비중은 오히려 3퍼센트가 줄었다.

일용직도 13만 4000명이 줄어 고용 취약계층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현상도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특히 자영업자와 가족종사자가 무려 40만 명이나 줄었으며 그 중에서도 특히 여성의 피해가 크다. 전체적으로 취업자 수가 7만 명이 늘었다고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남성들의 얘기일 뿐이다. 금융위기의 여파가 실물경제로 번진 이후 여성 취업자 수는 플러스로 돌아선 적이 없다. 이번에도 여성 취업자 수는 2만 6000명이 감소해 8월의 4000명보다 오히려 감소폭이 커졌다. 특히 20대 여성이 -8만 4000명, 30대가 -7만 9000명으로 나타났다.

10월, 공공부문의 일자리 잔치는 끝났다

이번달부터 정부가 만든 단기 일자리들의 시한이 속속 종료되기 시작한다. ‘중소기업 청년인턴제’가 10월 말일로 종료될 예정이고, ‘희망근로사업’도 11월이면 끝난다. 정부는 내년에도 규모를 줄여 유지하겠다고 하지만 20만 명에 가까운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정부가 제출한 내년 예산안에도 희망근로 예산은 올해보다 66.4퍼센트가 줄어있다.

결국 정부가 공공부문의 단기 일자리를 통해 억지로 유지해온 최근의 고용 지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민간 기업들의 일자리 창출과 공공부문의 ‘정규직 일자리’ 창출이 절실하다. 그러나 적어도 9월까지의 추세를 보면 큰 기대를 갖기는 어렵다. 실제로 정부는 2010년 고용 관련 예산을 올해 추경예산보다 27.1퍼센트나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이명박 정부의 2010년 일자리 예산’, 김유선, 2009.10).

4대강 사업에 22조 원(2010년에만 6조 원)을 투입하겠다는 이명박정부다. 그 1/3이면 연봉 2500만 원의 공공부문의 일자리 10만 개를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되면 10만 명에 해당하는 고용보험기금 지출은 줄어들면서 세금은 늘고 소비는 활발해질 것이다.

당장 필요도 없는 공공 일자리를 억지로 만들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당장 필요도 없는 4대강 사업에 쓰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게다가 한국의 사회서비스 분야가 바닥수준이라는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지적돼온 사항이다. 사회서비스 분야의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야 말로 고용과 복지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선택이며, 낙후한 서비스 산업의 구조를 혁신할 수 있는 방안이다.

분명한 것은 정부가 벌인 일자리 잔치가 서서히 막을 내려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 이상 단기 대응으로 경제지표들을 지탱하면서 국정지지도를 끌어올릴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