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2009.09.24 09:51

코스피지수가 기어이 1700선을 돌파했다. 15개월 만의 일이다.
돌아보면 올해 2월까지만 해도 미국 발 상업은행 위기, 유럽 발 동유럽 국가 부도 위기 그리고 한국의 외화 유동성 위기 우려 등이 겹치면서 제 2의 금융위기가 우려되던 상황이었다. 그러던 것이 3월들어 미국 씨티은행의 국유화가 확정되고 19개 대형 은행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 계획이 발표된 데 이어 은행 부실자산에 대한 인수 계획이 구체화되기 시작한 3월 들어 상황이 반전되기 시작했다. 1000원 선으로 떨어진 한국의 주가가 서서히 오르더니 곧 이어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7월에 1500선, 지난달에는 1600선을 돌파한 데 이어 결국 1700선 마저 돌파한 것이다.

비슷한 시기 부동산 가격도 반등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바야흐로 한국 경제를 뒤덮고 있던 금융 위기의 짙은 먹구름이 자산시장에서부터 걷히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여의도 증권가’와 ‘강남 부동산계’는 벌써 위기를 잊은 듯 한창 들떠 있는 분위기다.

이러한 회복 속도는 전 세계적으로도 상당히 이례적이다. 올해 8월 기준 한국의 주가상승률은 8퍼센트를 기록해 OECD 국가들 가운데 터키 다음으로 높았다. 미국이나 영국, 일본 등 대부분의 나라들이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것과 뚜렷하게 구별된다. 2009년 초와 비교해도 무려 37.5퍼센트가 올라 5.1퍼센트 오르는 데 그친 미국의 7배 이상의 상승폭을 기록했다. 상황이 이쯤 되자 1년 만에 다시 자산시장의 거품을 걱정해야 하는 웃지 못 할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수퍼 추경의 1.5배, 50조 원으로 한국 자본시장 되살린 외국인

2009년 한국 주식시장의 화려한 부활을 이끈 장본인은 외국 자본이다. 불과 1년 전 엄청난 속도로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가며 주가 폭락을 주도했던 바로 그 외국자본이 다시 구세주로 떠오른 것이다.

2007년 말 한국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던 비중은 32퍼센트에 달했다. 이들은 2008년 금융 위기 국면에서 월가의 유동성 위기가 심각해지자 자그마치 33조 6000억 원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의 주식을 팔아치우며 월가로 돌아갔다.
그러나 올 들어 다시 국내 주식시장에 돌아온 이들의 주식 매수 속도는 엄청나다. 지난 7월 15일~8월 11일에 20거래일 연속으로 7조 1626억 원을 순매수한 데 이어 다시 지난 4~23일 5조 7718억 원을 순매수했다. 그 결과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시가총액은 22일 종가 기준 979조 3636억 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지난해 말보다 356조 3514억 원이 증가한 것으로 시가총액 1000조 원 시대 재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외국인의 비중 역시 지난 23일 기준으로 31.9퍼센트로 다시 늘었다.

채권시장에서 순매수한 29조 원을 합하면 무려 50조 원 가까운 자금을 외국인이 한국 자본시장에 쏟아 부은 셈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올해 ‘수퍼 추경’이라 이름 붙인 추경예산의 1.5배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이다.

여전히 미국 주식시장과 강한 동조화 보이는 한국 주식시장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수는 대량의 달러를 한국 자본시장에 유입시킴으로써 환율 하락을 낳았다. 결국 최근의 환율 하락은 불황형 흑자에 따른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의 영향과 함께 자본시장으로 유입된 외국자금의 영향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금융위기가 본격화되면서 한국의 원-달러 환율은 주가에 따라 움직였다. 주가가 오르면 환율은 내려가고 주가가 내리면 환율이 오르는 상관관계가 뚜렷하게 나타났던 것이다. 올해는 주가의 상승폭에 비해 환율 하락폭이 다소 적은 차이가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별도의 분석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 2009년 3월 이후 월가의 금융자본(FTSE지수 편입 효과로 이달 들어 영국계 자본의 유입도 크게 증가)을 중심으로 한 외국자금이 대거 유입되기 시작했고, 특히 아시아 신흥시장 가운데서도 한국시장으로 집중적으로 몰려들었다. 그 결과 한국의 주가는 매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으며 외국인 지분율은 다시 30퍼센트대로 올라섰다.

결국 한국 증시는 여전히 미국 주가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국제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일부 국내 초 대기업들의 기업실적 등 실물지표의 영향과 경제 위기 이후 세계 경제의 큰 변수로 등장한 중국 지수의 영향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한국 주식시장은 여전히 미국 주식시장의 강력한 영향권 아래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기 어렵다(<대한민국 국민의 삶도 '삼성ㆍ현대'와 함께 비상할까>, 새사연).

향후 한국 주식시장의 봄은 왔는가

요약하면, 최근 보이는 한국 주식시장 폭등의 배경에는 정부의 저금리 기조와 회복세를 보이는 거시경제지표를 기반으로 국내 초 대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며 실적을 올려가자 불황 속에서 수익처를 찾던 월가의 금융자본이 이들 대기업들에 집중적으로 자금을 투자하면서 만들어진 일종의 3자 합작품 성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향후 한국 주식시장의 향방은 어떻게 될까. 지금까지의 분석을 토대로 본다면 현재 한국경제와 자본시장을 떠받치고 있는 이명박정부와 국내 초 대기업 그리고 월가 금융자본의 모멘텀이 얼마나 유지되는가에 따라 그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국내 민간 기업이나 가계가 그 바통을 이어받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미 ‘단기 물량공세’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린 한국 정부는 이제 엄청난 빚더미를 안은 채 추운 겨울을 나야 하는 형편에 놓여있고(<2009 한국 경제, 정말 '풍년'을 기대해도 좋을까>, 새사연), 한국의 초 대기업들 역시 환율 효과가 점점 희석돼가는 상황에서 머지 않아 닥칠 세계적 규모의 대규모 산업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국제 금융자본이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속도로 한국에 몰려들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보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 체이스,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 등 금융시스템 붕괴의 폐허 속에 살아남아 지배력을 높인 월가의 자본이 과거의 영예를 재현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다.

그러나 두 가지 확실한 점이 있다. 하나는 한국의 자본시장이 지금도 여전히 외국 자본의 강력한 영향권 아래 놓여있다는 사실이다. 금융 위기의 뇌관들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먹이를 찾아 나서기 시작한 월가의 주요 플레이어들은 아직 잉크도 마르지 않은 금융 규제 조치들을 무력화시키려 하고 있다. 결국, 언제 다시 월가의 금융 위기가 한국 자본시장을 덮칠지 모른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또 하나 확실한 점은 물밀듯이 밀려드는 외국 자금을 뒤따르고 있는 한국의 가계가 안전장치 없는 새로운 금융 불안의 ‘뇌관’으로 자라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고용과 임금 불안이라는 현실도 잊은 채 자산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이들에게 곧 닥칠지 모를 금리 인상은 또 하나의 버거운 짐이 될 수밖에 없다.

아직 한국 주식시장에도, 또 한국 경제에도 봄은 오지 않았다.

-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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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