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2009.04.22 09:32
중국의 파워와 ‘특별인출권' 확대 제안(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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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국의 파워 : G2와 베이징 컨센서스

자본주의 심장부, 월가에서 발생한 세계적 차원의 경제위기는 G7로 대변되는 선진국 중심의 국제질서마저 재편하고 있다. 이의 상징이 바로 G2(미국과 중국)라는 신조어다. 냉전 시대의 한 축이었던 소련에 비견될 정도로 중국의 파워가 부상하고 있다. 소련을 비롯한 동구 사회주의권의 붕괴, ‘신경제’로 상징되는 미국의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구축된 90년대 미국의 슈퍼파워에 견주어 볼 때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다.
슈퍼국가로서 미국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 중동국가를 침공했을 뿐만 아니라 세계은행을 필두로 이른바 ‘충격요법’을 동구 사회주의권 개혁에 사용하였다. 또한 IMF를 통해 90년대 초반 구축된 신자유주의 발전 전략, ‘워싱턴 컨센서스’를 개발도상국에 강요하였다. 미국식 발전전략은 97년 동아시아 금융위기, 남미에서 연쇄적으로 발생한 좌파정권의 집권 등으로 사실상 파산한 상태다. 물론 그 결정타는 2007년 미국에서 발생한 ‘서브프라임’ 금융위기다.

최근 중국경제의 급성장을 배경으로 지난 2004년 만들어진 ‘베이징 컨센서스’가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주지하듯이 워싱턴 컨센서스는 신자유주의의 이론적 기초와 ‘충격요법’이라는 구체적 방법론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에 비해, 2004년 타임지 국제관계 논설위원이었던 Ramo가 만들어 낸 ‘베이징 컨센서스’에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내용이나 합의가 없다. 다만 중국식 발전전략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원리를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첫째, 동구권에서 실패한 ‘충격요법’에 반대하는 개념으로서 점진적, 단계적 발전전략을 강조한다.
둘째, 발전의 유일한 측정 지표이던 GDP에 반하는 개념으로 경제체제의 지속가능성, 부의 공평한 배분 등을 중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정책 결정의 자결주의(self-determination)로서, 금융을 포함한 경제주권 뿐만 아니라 정치, 군사전략의 내정불간섭을 포함한다.
세계무대에서 중국의 파워가 부상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두말할 것 없이 부시정권 8년 동안의 ‘빵점’짜리 대외전략에 있다. 한국의 뉴라이트를 제외하면 부시정권이 잘했다고 용기 있게 평가할 곳은 없을 것이다.

또한 워싱턴 컨센서스를 채택한 국가들에서 예외 없이 경제 성적표가 엉망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뒷마당 남미에서 우파정권을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된 것도 그러한 연유다. 이렇게 미국의 힘이 약화된 틈을 중국이 비집고 들어오고 있다. 그리고 그 힘의 원천은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성장한 중국의 경제적, 사회적 지표들이다. 아래의 표는 중국과 미국의 국력을 나타내는 각종 지표들을 비교한 것이다. 현재 중국은 일본 다음으로 세계 3위의 GDP, 그리고 세계 1위의 외환준비금과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대략 2025~30년쯤에는 중국의 GDP가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2. 중국 파워의 배경 : 막대한 외환준비금

2009년 3월 기준,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1.9537조 달러에 달한다. 전 세계 외환보유고 총액이 6.7조 달러에 달하는데, 중국이 약 29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1999년 말 1,546억 달러에서 10년 사이에 무려 12배나 증가한 수치다. 이처럼 막대한 외환준비금을 바탕으로 중국은 미국의 국채를 대량 구매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대외부채 6.3조 달러 중 약 50퍼센트를 해외에서 구매하고 있는데, 중국은 이 중 23.5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2000년도만 해도 미 국채의 30퍼센트 이상을 일본이 구매했으며, 중국은 600억 달러로 전체의 6퍼센트에 불과하였다. 그러나 2조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외환준비금을 바탕으로 2월 기준 7,442억 달러로 전체의 23.5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최근 중국경제 부상의 두드러진 특징으로 통화스왑을 통한 위안화 영향력의 확대를 꼽을 수 있다. 중국은 현재 한국을 비롯한 6개 나라와 6,500억 위안(975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왑을 체결하고 있다. 지난 3월 말, 미주개발은행 제50차 연차 총회에 참석하여 아르헨티나와 통화스왑을 체결하였고 앞으로도 브라질, 베네수엘라 등과 통화스왑 체결을 더욱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통화스왑 확대는 지난해 미국이 달러 패권을 지키기 위해 한국, 멕시코 등 개발도상국으로 통화스왑을 확대한 것에 자극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개최된 G20회의에서도 후진타오 주석은 지역 금융협조와 유동성 공급을 강조하였고, 달러가 필요한 국가들이 앞 다투어 통화스왑 체결을 요구한 것도 한 몫을 담당하였다.

이러한 국제정치 질서의 재편과 더불어 금융시장에서도 중국경제의 부상은 놀라울 정도다. 아래 그림은 Financial Times가 발표한 것으로, 시가총액 기준 1999년과 2009년 세계 20대 금융기관의 순위를 비교한 것이다.

1999년만 해도, 세계 20대 금융기관에 미국은 시티그룹을 포함하여 11개 금융기관을 포진시켰다. 그 다음으로 영국이 HSBC를 포함하여 4개의 금융기관을 자랑하였다. 10년이 지난 지금, 미국과 영국의 유수의 금융기관들이 국유화되고 주가는 폭락하였다. 이에 비해 중국의 공상은행, 건설은행, 중국은행 등의 성장은 눈부시다. 모두 시가총액 1000억 달러가 넘는 거대기업으로 성장하였다.

시가총액 1~3위를 달리고 있는 위의 세 은행들은 모두, 1979년부터 인민은행의 ‘상업성 업무’를 분할하여 설립된 국유-전문은행들이다. 외환 업무를 전담하던 중국은행, 기업의 투자 대출을 전담하던 건설은행, 도시 예-대출 업무, 기업의 유동자금과 설비투자자금 대출을 전문으로 하던 공상은행이 이처럼 비약적으로 성장한 것이다.

따라서 중국의 미 국채를 포함한 달러 표시 외환자산이 확대됨에 따라 중국은 심심치 않게 달러 가치 하락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경제적 의미를 넘는 메시지를 포함하고 있다. 심지어 중국 고위관료의 달러에 대한 발언이나 경기부양 메시지 등은 세계금융시장을 흔들 정도다. 왜냐하면 미국의 중국의존도 증가는 중국이 급격하게 달러표시 자산을 매도할 경우 달러 하락과 국채 금리 상승을 초래하여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의 달러 매도는 ‘외부성’ 효과로 말미암아 외화자산 가치 하락을 염려한 다른 국가의 연쇄적인 매도를 촉발시켜 달러 헤게모니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지난 2월, 베이징을 방문한 힐러리 국무장관이 달러가치 하락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안전 자산’이라 연이어 강조한 것도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지난 2월에만 해도 중국은 미국의 단기 채권을 56억 달러 구매하였지만 장기 채권에 대해서는 9.6억 달러 매도하여 달러 가치에 대한 우려를 여전히 증폭시키고 있다. 급기야 취임 청문회에서 환율 조작국으로 중국을 지목하던 미 재무부는 최근 보고서에서 환율 조작이라는 말조차 꺼내지 못하고 있다.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지키기 위한 미국의 처절한 몸부림이라 할 수 있다.

위 그림은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보유한 외환준비금 중 달러와 유로화 비중을 연도별로 표시한 것이다. 통상 금융위기가 발생할 경우 안전자산을 선호하여 기축통화인 달러의 비중은 확대된다. 대표적으로 90년대 남미와 아시아에서 연이은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달러의 권위는 더욱 확대되었다. 전 세계 외환준비금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95년 59퍼센트에서 2001년 71.5퍼센트까지 늘어났다. 특히 개발도상국은 97년 74퍼센트까지 확대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99년 유로화가 도입되고, 2001년 이후 달러가치가 하락하면서 달러의 비중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현재 전 세계 외환준비금에서 달러의 비중은 64퍼센트, 유로화는 26.5퍼센트다. 개발도상국의 외환준비금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59.8퍼센트, 유로화는 31퍼센트로 달러의 권위는 점차 하락하고 있다. 특히 2007년에는 OPEC 총회에서 베네수엘라와 이란이 주도하여, 달러가치 하락에 대비하여 원유 거래에 유로화로 결제할 것을 주장하여 미국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 적도 있다.

3. 중국의 SDR(특별인출권) 제안

이러한 힘을 배경으로, 중국 인민은행 총재는 G-20회의가 열리기 전에 특정 국가의 통화와 독립된 국제준비통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하여 미국을 깜짝 놀라게 하였다.

“super-sovereign reserve currency가 오래 전부터 제안되었지만, 아직까지 실질적인 진전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194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 이미 케인즈가 30개의 상품에 기초한, ‘Bancor’라 부르는 국제통화를 도입할 것을 제안하였다. 불행히도 그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중략) 또한 브레튼우즈 체제의 결점이 처음으로 나타난 1969년에 IMF는 기축통화의 본질적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SDR을 만들었다. 그러나 SDR의 기능은 배분과 사용 영역의 제한으로 인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현 기축통화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국제금융기관이 국제통화를 관리하여 국제적 유동성을 창조하고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국은 국제통화 개혁을 위해서 점진적 개혁을 주장할 수밖에 없다. 중국 자신이 미 국채투자에 발을 담그고 있고 현 체제의 급격한 붕괴는 글로벌 유동성 및 신뢰 위기와도 관련되기 때문에 이러한 주장은 합리적인 것으로 보인다.

특정 국가의 통화에 기초한 국제준비통화의 본질적 불안정성은 이미 1960년대 초반 Robert Triffin이 지적하였다. 우선, 세계경제에서 달러 표시 자산을 만드는 여러 방식이 존재하지만, 미국 이외 국가들이 달러 자산을 축적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미국이 국제수지 적자를 운영할 때만이 가능하다. 그러나 미국의 대외적자는 기축통화로서 달러에 대한 신뢰를 저하시키므로 달러를 다른 통화로 대체하려는 유인을 제거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달러가치 변동을 초래하고 있다. 결국 달러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각국 중앙은행의 달러비축을 위한 미국의 대외적자가 필요하며, 기축통화의 신뢰회복을 위해서는 미국의 대외흑자 혹은 균형이 필요하다. 이를 통상 ‘달러체제의 딜레마(Triffin Dilemma)’라 부르고 있다.

좀 더 다른 각도에서 이러한 딜레마를 해석하면 국내수요 자극에 수반한 국제적 과잉유동성, 역으로 국내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긴축정책의 세계경제 동반침체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전자의 대표적인 사례가 현재의 글로벌 금융위기이며 후자의 대표적 사례가 80년대 초반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세계경제 동반침체다. 결국 달러체제의 딜레마란, 국제적 유동성 공급과 기축통화국의 대외수지 균형, 그리고 달러가치의 안정의 측면에서 항상적인 긴장관계가 존재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중국은 “초국가적 준비통화는 신용에 기초한 주권통화[달러]의 본질적 위험성을 제거할 뿐만 아니라, 글로벌 유동성을 관리할 수 있게 한다”고 강조한다. 중국의 주장처럼 특정 국가의 통화가 국제 무역의 기준이나 다른 통화의 환율 결정에 벤치마킹으로 더 이상 사용되지 않으면, 국제금융기구가 관리하는 준비통화는 경제적 불균형을 조정하는데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물론 선진국과 달리 본질적으로 태환성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의 경우, 항시적인 외환위기에 시달릴 필요도 없을 것이다.(2편에 계속)

여경훈 khyeo@saesayon.org

* 특별인출권(Special Drawing Rights, SDR) : 국제 유동성 부족에 대처하기 위해 IMF 참가국간의 합의에 따라 인위적으로 창출된 대외 지급준비자산을 말한다. SDR의 가치는 당초 미국환 1달러, 순금으로 0.88867g으로 정해졌으나 변동환율제가 정착되면서 74년 이후로는 표준 바스켓 방식에 따라 매일 집계된다. 81년부터는 미국과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 등 5개국 통화가치를 기준으로 간소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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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