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교육> 연재기획 목차

① ‘사교육비 두 배, 공교육 붕괴’로 향하는 MB교육
② 맹목적 시장론자들의 위험한 교육실험
③ 수월성 교육의 뜻도 모르는 이명박 정부
④ 학교의 미래는 대한민국의 미래다

이명박 정부 1년이 채 안 되어 대선 당시 내걸었던 교육공약 ‘학교 만족 두 배, 사교육비 절반’은 정반대의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공교육은 ‘미친 교육’이라는 비판에 직면했고, 사교육비는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학교자율화 정책이 사실상 사교육 성장 정책임을 간파한 사교육 시장은 경기침체에도 제 몸집 불리기에 여념이 없다.

이에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의 교육모임은 ‘위기의 한국교육’ 4회 연재기획을 통해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이 어떻게 사교육비를 급증시키고 있는지 진단하고, 실패한 영국의 교육개혁 과정과 붕어빵처럼 유사한 현 정부의 교육정책을 비교해 우리 교육의 현주소와 미래상을 그려 보려 한다. 그리고 대안적 사례로 ‘형평성과 수월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핀란드 교육을 들여다보며 우리식 교육개혁의 방향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공부 잘 하는 아들 사교육비를 대기 위해 낮에는 택배, 밤에는 대리운전으로 등골 빠지게 일하는 성욱, 은행에서 명퇴 후 교사 아내와 사춘기 딸에게 쓸모없는 인간 취급을 받으며 사는 기영, 이국땅에 여우같은 마누라와 토끼 같은 자식들을 유학 보내고 홀로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기러기 아빠 혁수. 영화 ‘즐거운 인생’(감독 이준익)의 주인공은 이 시대 아버지들의 군상이다. 그들이 즐거운 인생을 살지 못하게 된 배경에는 버거운 사교육비와 왜곡된 학벌사회가 자리하고 있다.

7퍼센트 성장 공약, 사교육비 분야에서만 초과 달성

입시경쟁과 학벌사회 풍토로 그렇지 않아도 극심한 사교육비 부담이 이명박 정부 출범 후 경제침체와 물가폭등에도 불구하고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통계청에 의하면 올해 2/4분기 2인 이상 도시근로자 가계의 소비지출 가운데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2/4분기 10.1퍼센트에서 11.0퍼센트로 증가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구당 월평균 교육비는 28만 3,211원으로 지난해보다 18.6퍼센트 증가했다. 2003년 4분기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특히 사교육비(학습지 제외)가 18.4퍼센트 증가해 교육비 부담을 늘리는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17만 원에 약간 못 미치던 가구당 사교육비 지출규모는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지 1년도 안 돼 올해 1분기에 19만 원, 2분기에 20만 원 선을 돌파하면서 연이어 고점을 갱신하고 있다. 대선후보 시절 내세웠던 경제 7퍼센트 성장 공약은 이제 어디에서도 그 자취를 찾아볼 수 없는 공약(空約)이 되었건만, 유독 사교육비만큼은 목표를 두 배 이상 초과 달성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같은 사교육비의 거침없는 질주가 ‘계층에 따른 학벌 대물림’ 구조를 견고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9월 22일 한나라당 안홍준 의원이 통계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03~2008년 상반기 소득별 가구소비지출 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소득수준 상위 10퍼센트 계층의 교육비 지출액은 월평균 58만 192원으로, 하위 10퍼센트의 7만 4,193원보다 무려 7.8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월평균 소비지출 비중을 비교했을 때, 하위 10퍼센트 소득계층의 경우 교육비 비중이 2003년과 2008년 상반기에 7.3퍼센트로 같은 데 반해, 상위 10퍼센트는 2003년도 11.5퍼센트, 2008년 상반기에는 13.0퍼센트로 비중이 갈수록 늘고 있다. 결국 소득 하위층은 점증하는 사교육비에 백기를 들 수밖에 없게 된 반면, 소득 상위층은 사교육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로 학벌 세습구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폭증하는 사교육비를 감당할 수 있는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이 명백히 갈리는 것은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의 필연적 결과로 보인다. 공교육의 몰락과 사교육의 득세, 10퍼센트 내외의 명문 사립학교와 대다수 별 볼일 없는 공립학교로 구분 편재되는 중등교육 구도, 소득 상위 계층의 귀족교육과 중하위 계층의 교육 포기와 방치는 수 년 후 우리가 맞닥뜨리게 될 대한민국 교육의 암울한 미래상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불과 1년 사이에 우리 교육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사교육비 두 배’의 출발, ‘영어 공교육 완성 프로젝트’

지난 대선 시기 이명박 후보는 ‘학교 만족 두 배, 사교육비 절반’ 을 교육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학교 불만 두 배, 사교육비 곱절’의 형국이다.

사교육비를 급증시키는 현 정부의 교육정책을 각각 살펴보자.

먼저, 인수위 시절부터 논란을 빚었던 영어몰입교육을 골자로 한 ‘영어 공교육 완성 프로젝트’는 이미 사교육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영어 사교육비를 확실히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 1997년부터 초등학교 3학년 이상에게 영어수업을 실시하자 조기 유학이 급증했던 사례를 통해서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1997년 241명이던 초등학생 유학생은 2004년에 6,276명으로 무려 26배나 늘었다. 영어유치원이 유행처럼 번졌고 초등학생 영어 과외는 이제 필수가 되고 있다. 수업료가 100만 원 가까운 영어유치원도 몇 년 전에 예약을 해야 들어갈 수 있는가 하면, 초등학교 1, 2학년의 74퍼센트(2006년)가 영어 사교육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초등 1학년부터 영어수업을 실시하고, 대입 시 국가 영어평가시험을 도입하려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은 영어 사교육비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킬 수밖에 없다. 실제 이명박 정부의 영어공교육 강화 정책 발표 후 3~6월 사이, 초등부 프리미엄 사교육 업체인 정상JLS와 CDI홀딩스의 평균 수강생 수는 전년동기대비 각각 60퍼센트와 49퍼센트 증가했다. 여기에 삼성그룹이 채용 전형에서 ‘영어말하기 시험’을 채택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영어 관련 교육주가 연일 강세를 보였다. 증시의 이런 민감한 반응은 현 정부 영어 정책의 정확한 귀결점인 영어 사교육 시장 및 관련 업체의 급성장을 입증하고 있다.

초중교 입시 부활시킨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

다음으로 국제중 설립과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는 사실상 초중교 입시를 부활시켜 전반적인 사교육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된다. 국제중 설립은 영어공교육 강화 정책과 맞물려 초등학생 조기 유학과 영어 사교육시장 팽창으로 이어질 것이다. 국어, 국사 외의 모든 과목을 영어로 수업하니 입학전형에 영어시험이 포함되지 않더라도 수업을 따라가려면 영어 선행학습은 기본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제중은 이미 명문대 진학에 유리한 특목고/자사고에 들어가기 위한 전 단계로 인식돼 치열한 ‘국제중 입시경쟁’을 낳는다. 현재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국적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청심국제중의 2007년 일반전형의 경우 52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30년 만의 초등학생 입시 부활’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국제중 설립은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초등 사교육시장의 비대화를 가져올 것이다.

또한 ‘고교다양화 300 프로젝트’로 추진되고 있는 자율형 사립고 100개, 기숙형 공립고 100개, 마이스터고 100개 설립 계획은 현재 100개가 넘는 특목고를 몇 배 늘리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정부는 특목고와 같은 학교를 늘리면 사교육비가 그만큼 절감될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더 많은 사교육비를 지출하듯 특목고 역시 사교육 없이는 따라가기 힘든 교육과정과 명문대 진학을 위한 치열한 경쟁으로 막대한 사교육비가 들 것이 뻔하다. 물론 특목고 진학을 준비하는 초중학생의 사교육비 증가는 말할 것도 없다.

이는 특목고 중 가장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외고의 사례를 보면 단적으로 드러난다. 2006년 12월 당시 이경숙 의원(열린우리당)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6년 4월 1일 기준 서울시내 5,911개 입시/보습학원 중 강남구 676개(11.4퍼센트)를 비롯한 상위 6개 자치구에 전체의 46.7퍼센트에 해당하는 2,758개 학원이 몰려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파구 502개, 양천구 495개, 노원구 391개, 강동구 367개, 서초구 318개 순이다. 놀라운 것은 이러한 순서가 외고 입학생이 많은 지역의 순서와 거의 일치한다는 사실이다. 특목고와 사교육 사이의 상관관계가 확인된 것이다.

이는 초등 6학년 학부모의 30퍼센트가 자녀의 특목고 진학을 희망하고, 특목고 진학 희망 초등학생의 94.2퍼센트와 중학생의 87.6퍼센트가 사교육에 참여한다는 교육인적자원부(현 교육과학기술부) 2007년 3월 조사 결과와 궤를 같이 한다.

명문 학교와 열등 학교 가를 ‘학교 한 줄 세우기’

마지막으로 일제고사, 학교정보공시제, 학교선택제 등 일련의 ‘학교 한 줄 세우기’ 정책 역시 학교 간 경쟁에 불을 붙여 사교육비를 급증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정책들은 쉽게 말해 물건을 살 때 소비자의 올바른 선택을 위해 가격을 공개하도록 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교육에 있어서 학부모가 학교를 ‘올바르게’ 선택하는 기준은 모호하다. 이에 정부는 그 기준으로 ‘일제고사 성적’라는 가격을 ‘공개’하기로 한 것이다.

이제 공개된 일제고사 성적과 명문 학교 입학률을 기준으로 각 학교는 1등부터 꼴등까지 한 줄로 서게 된다. 조금이라도 등수를 올리기 위한 학교 간 경쟁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방법으로 각 학교는 학생 간 입시경쟁을 조장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입시경쟁은 필연적으로 더 많은 사교육을 부른다. 또한 그동안 30퍼센트의 학생들이 특목고, 자사고와 같은 명문대 진학 패키지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사교육을 받았다면, 앞으로는 99퍼센트의 학생들이 열등 학교를 가지 않기 위해 사교육에 참여할 가능성도 크다.

폐교도 불사한 블레어의 교육 정책, 결국 교육 양극화만 키워

올해 1월, 각 언론 및 증권사들은 건설과 교육 업종이 ‘MB 수혜주’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명박 정부의 대운하 건설과 학교자율화 공약 때문이다. 정부는 분명 사교육비 절감을 위한 교육정책이라 주장했지만 각 언론 및 증권사, 투자자들은 공교육에 경쟁원리를 도입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이 오히려 사교육 시장을 확대시킬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예상은 적중했다. 2월부터 교육 관련주가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능률교육, 에듀박스, 디지털대성, YBM시사닷컴, 포넷, 삼성출판사, 웅진씽크빅 등 교육주가 현 정부 출범 후 동반 강세를 보였다. 시장은 학교 자율화 정책이 사실상 사교육 성장 정책에 다름 아님을 정확히 간파한 것이다.

대다수 국민들이 고통을 느끼고 사교육 업체의 배만 불리고 있건만 이명박 정부는 왜 이 같은 교육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일까. 현 정부의 교육 개혁 드라이브는 교육에 시장주의 원리를 적용하면 성공한다는 확신에 기초해 있다. 시장에서 외면받는 상품과 기업이 도태되듯이 공교육, 심지어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 학교조차도 품질이 떨어지면 도태시켜야 한다는 신념이다.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경쟁력이 강화되고 이를 통해 교육의 질도 끌어올릴 수 있다는 발상이기도 하다. 이러한 시장주의적 교육 정책은 학교 간 경쟁을 앞세운 영미식 교육개혁을 그 모델로 한다. 그 가운데서도 현 정부의 정책은 주별로 편차가 다양한 미국식보다 영국식 모델과 매우 흡사하다.

대처 정부의 등장과 함께 전면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을 펴기 시작한 영국은 1997년 토니 블레어 총리의 집권 이후 시장주의와 경쟁원리에 입각한 교육개혁을 강하게 추진했다. ‘시장주의와 경쟁원리’는 현재 이명박 정부의 교육 철학이기도 하다. 학교에 더 많은 자율권을 주겠다고 내건 취지도 이명박 정부 교육 정책과 판박이다. 블레어 정부는 학교 간 경쟁을 강화하기 위해 2002년부터 교육기준청(OFSTED)의 평가 결과에 따라 낙제점인 학교를 퇴출시키는 극단적인 정책도 실시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학교 간 경쟁 정책이 과연 영국 공교육의 질을 높이고 학생들의 학력과 만족도를 높였을까? 결과는 정반대였다. 재원이 충분하고 상위층 자제들이 몰린 일부 사립교는 탄력을 받았지만 대다수 중하위층 서민들 자녀가 다니는 공립교는 갈수록 교육의 질이 부실해지고 교육 환경이 황폐화되었다. 영국 교육기준청 보고서는 공립학교의 절반이 학부모들의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강화된 경쟁 속에서 1999년 영국 국립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영국 어린이 가운데 10퍼센트가 불안, 우울증, 강박관념, 임상적으로 주목할 만한 행동장애와 과잉행동 같은 갖가지 정신장애에 시달리고 있다. 30퍼센트에 달하는 저소득층 자녀들은 사실상 교육에서 방치되고, 매년 1만 2,000명의 학생들이 영구퇴학을 당하고 있으며, 재학생 800만 명 중 100만 명이 사전 허락 없이 결석을 하고 15만 명의 아이들은 정학처분을 받고 있다.

폐교도 불사하겠다는 교육정책에도 불구하고 핀란드와 한국이 1, 2위를 다툰 국제학력평가(PISA)에서 영국은 7, 8위권으로 중하위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으며, IMD 교육경쟁력 주요 국가별 순위에서는 27위로 한국(29위)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실패한 영국 교육 따라하기 당장 멈춰야

한번 잘못된 궤도에 들어선 정책은 교정되기보다는 점점 더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 2006년 블레어 총리는 더욱 강화된 교육 개혁안을 의회에 제출했으나 노동당 의원들의 반발에 부딪혀 결국 야당인 보수당의 지지로 간신히 법안이 통과되는 수모를 겪었다. 그럼에도 블레어에 이어 2007년 집권한 고든 브라운 총리는 중등교육자격시험(GCSE) 성적이 나쁜 학교가 2013년까지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폐교 또는 흡수 통합하겠다며 경쟁 정책을 한층 강화하고 나섰다. 이 기준에 따르면 전체 공립학교의 5분의 1이 문을 닫게 된다.

이처럼 실패한 영국의 교육개혁이 우리와 무관한 일일까? 이명박 정부의 프로젝트대로 국제중과 자사고 특목고 300개가 생기고 입시경쟁의 심화와 사교육의 팽창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진행되면 나머지 6,000개 공립학교들이 처하게 될 상황은 불을 보듯 뻔하다. 우리 자녀가 다니고 있는 학교가 ’경쟁력 미달’을 이유로 어느 날 갑자기 폐교 통보를 받게 된다면? 아니 그 이전에 빠듯한 살림살이에 초등학교 시절부터 영어 몰입교육과 국제중 입시학원, 다시 중학교에서는 명문고 입시 사교육 과정을 양껏 따라가지 못해 결국 ‘별 볼일 없는’ 열등 공립학교에나 다니게 될 우리 아이들의 마음의 상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 대한민국 교육은 초유의 위기에 처해 있다.

금융 세계화를 앞세워 승승장구하는 듯 보이던 신자유주의가 바로 그 금융의 암초에 부딪혀 좌초되고 있는 시점이다. 그러나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현 정부의 각종 경제정책은 신자유주의의 막차를 따라가고 있다. 교육정책 역시 마찬가지다. 이미 지난 20여 년 간 철저한 실패로 귀결된 영국의 신자유주의적 교육개혁 따라하기를 더 이상 좌시해서는 안 될 상황이다.

최민선/새사연 연구원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