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2008.09.22 19:31



얼마 전 외국 언론이 ‘한국의 검은 9월’을 운운하며 9월 위기설을 제기하여 한 때 한국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그러나 검은 9월은 신흥 금융시장인 한국이 아니라 금융자본주의 심장부인 월가에서, 그것도 가장 잔인한 모습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미국 정부보증모기지업체(GSE)인 패니매이와 프레디맥에 대한 2천억 달러 구제금융 결정이 내려진지 일주일 만에 미국의 4위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가 파산보호 신청을 했고, 3위 투자은행인 메릴린치가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인수합병되었으며, 급기야 7,400만 고객을 보유한 최대 보험업체인 AIG마저 사실상 국유화되었다. 1929년 대공황에서도 살아남았던 투자은행들이 불과 며칠 만에 줄파산 지경에 이르렀으니 명실상부하게 대공황을 능가하는 위기 국면이다.

월가에서 현실화된 '9월 위기설'

미국 정부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다시 주가는 폭락했고 1,2위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마저도 불안한 상황이다. 여기에 미국을 넘어 영국 금융가로 사태가 확산될 조짐이 보이자 미국 정부는 7천억 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공적 자금 투입 계획을 의회에 요청하기에 이른다.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인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터진 지 1년이 넘도록, 미국정부는 이른바 ‘시장의 자기조정’을 내세우며 기준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만으로 대처했다. 종합적 대책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사건이 터지면 그 때마다 사후 수습에 정신이 없었다. 이런 미국 정부의 대응은 상황을 걷잡을 수 없는 혼란 국면으로 빠트렸다.

급기야 정리신탁공사와 같은 부실자산 인수기구를 만들 여유도 없어서 재무부가 직접 국채를 발행해 상황을 수습하겠다고 나섰으니 그 절박성과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이는 바니 프랭크 미 하원 금융서비스 위원장이 “별도의 법인을 만들기에는 시간이 없다”고 발언한 것에서 잘 드러난다. 말하자면 미국 재무부가 미국 정부의 세금을 쥐고 위기에 처한 ‘주식회사 미국’을 인수하기 위해, 골드만삭스 출신 헨리 폴슨 재무장관이 앞서서 진두지휘하는 모양새가 연출된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 정부가 시장 감독기능을 넘어서 국가 재정을 투입하는 직접 인수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덕에 위기 국면은 막을 내리게 될 것인가. 유감스럽게도 누구도 상황종결을 자신하지 못하는 것이 현재 위기의 심각성을 반증해 주고 있다.

7천억 달러 투입해봤자, 대형 금융기관 파산 막는 정도

그 이유로 첫째, 재무부가 발표한 최저가 매입 방식은 상당 수준의 영업실적과 자금 여력을 갖추고 있는 대형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정리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은 수많은 금융기관들은 정부의 매입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으며 당분간 이어지는 파산을 피할 수 없다. 향후에 최소 100여 개, 많게는 1천여 개의 금융기관들이 도산할 수 있다는 우려는 이런 지점에서 발생한다.

둘째, 역사상 가장 파격적이라고 하는 재무부의 대책도 일단은 월가의 대형 금융기관들의 도산을 막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을 뿐, GM과 같은 제조업의 파산위기에 대한 대책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향후 월가의 신용경색으로 인한 기업들의 자금 조달 환경의 급격한 악화와 이로 인한 도산 위협 역시 고려되지 않았다.

셋째로, 지금의 금융위기의 출발점이자 최종 해결점이 될 미국 국민들의 신용회복과 지불능력 회복을 위한 대책 역시 아직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현재 서브프라임 모기지 연체율은 여전히 24.48%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고 주택가격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위기의 초기 국면이었던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일부 연체자 대출전환 정책과 1,600억 달러 세금 환급조치가 내려졌지만, 그 효과는 이미 사라졌다. 이 때문에 민주당 일각에서 상환 연체자와 중산층에 대한 지원방안을 포함시키자고 주장하고 있지만 가뜩이나 재정여력이 부족한 부시행정부가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더욱이 위기는 이미 실물경제로 전이되어 장기불황의 조짐이 미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어가고 있는 국면이다. 이런 상황에서 7천억 달러의 공적자금투입 결정이 당장의 대형 금융기관 줄파산을 진정시켜 금융시장 붕괴를 일시적으로 진정시킬 수는 있겠으나, 1년 넘게 확대되고 있는 금융위기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고 기대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멀리 가버렸다. 즉, 미국 정부의 최후의 대책이라고 할 이번 법안은 대형 금융기관 파산을 막기 위한 대책이지 미국 경제위기에 대한 종합대책은 아닌 것이다.

시장 강조하던 금융회사들 이제와 국가에 손벌려

갈수록 확대되는 금융위기는 신자유주의의 이론적 근거가 되어왔던 ‘시장의 자기 치유력’이 바닥을 드러냈음을 확인시켜 준다. 그동안 정부의 규제완화와 시장조절기능을 앞장서 주장해왔던 굴지의 금융회사들이 너도나도 각국 정부에 손을 벌리면서 구원을 요청하고 있다. 결국 정부가 구제해준 AIG는 회생의 기회를 잡았지만, 정부가 외면한 리먼브라더스는 파산하게 되었다.

금융시장이 스스로 위험을 분산시키면서 투자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자유로운 투자행위를 보장해야 하며, 여기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과 위험은 시장 스스로 치유해야 한다는 주장과 정부는 시장에 개입하지 말고 단지 게임의 규칙만 정해주며,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개입하면 된다는 신념이 여지없이 무너지고 있다.

지난 3월 베어스턴스가 파산위기에 몰렸을 때만 해도 ‘시장에 맡겨두라’고 목소리를 높였던 주장들이 지금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리처드 실러 미국 뉴욕대 교수는 “지난 20년간 ‘정부는 해결책이 아니라 문젯거리’라는 레이건 행정부의 구호가 시장을 지배했지만, 이제는 모두가 ‘시장이 문제이고 정부는 해결책’이라고 말한다”며 급변한 상황을 비판하고 있다.

 “자기에게 이익이 될 때에는 시장경제를 주장하더니, 상황이 바뀌니까 국가의 개입을 주장한다” (CNBC)
 “정부의 개입을 주장하는 가장 급진적인 민주당 조차 꿈꿀 수 없었던 대책을 부시 행정부가 내놓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 (NYT)
“미국이 다른 국가에 요구했던 것을 자신은 실천하지 않는 국가가 되었다” (NYT)


이런 분위기는 부시 대통령마저 “오늘날 금융시장에서 전개되고 있는 위험한 사태와 미국 국민의 일상생활에 미칠 중대한 영향을 감안할 때 정부의 개입은 보장되어야 할 뿐 아니라 필수 불가결하다”고 주장하게 만들었으며,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규제완화를 주장했던 존 메케인 공화당 대통령 후보조차 “월스트리트의 규제받지 않는 탐욕과 부패가 현재의 위기를 초래했다”는 발언을 하는 등 극적인 입장 변화를 가져왔다.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미 정부, 감당할 수 있을까?

이제 모든 걸 떠안게 된 미국 정부, 재정 상태는 문제없는 것일까? 이론적으로야 달러화가 국제적인 지불수단인 기축통화이니 달러화의 파산은 거의 있을 수 없고, 미국 정부는 통화를 찍어내어 국채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적자를 메워갈 것이다.

그러나 향후 미국 연방 재정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미국 정부의 경제운용 운신의 폭을 갈수록 좁힐 것이며 달러화에 대한 국제적 신뢰도는 지속적으로 추락할 것이다. 금융위기 비용 말고도 이미 중동의 누적 전쟁비용 8,500억 달러(이라크 6,500억 달러, 아프칸 2,000억 달러)의 부담이 계속 늘고 있는 마당에 대선을 위해 감세정책을 고수한다면 아무리 미국이라도 감당의 한계가 올 수 밖에 없다.

결국 미국 정부마저 자금조달 능력의 한계에 직면하게 되면 어찌해야 할까. 미국 재무부의 부실을 막기 위해 세계 각국 정부가 다시금 구원투수로 나서야 할까. 그러나 현재 다른 나라 사정도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전통적으로 미국을 지원해 나섰던 영국이나 일본을 포함하여 전 세계가 지금 미국 못지않은 불황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미국의 금융위기는 일개 은행의 실패가 아니라 시스템의 실패” (줄리오 트레몬티 이탈리아 재무장관)
“미국 금융시장에 영원한 변화가 생겼다” (블룸버그)
“로널드 레이건 시대가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다” (파이낸셜 타임즈)
“미국 금융자본주의가 결정적인 전환점을 만들고 있다” (월스트리 저널)


위는 미국 재무부가 7천억 달러 공적자금 투입결정을 내린 직후 선진국 언론이 보인 반응들이다. 바야흐로 30년 남짓 지속되어온 신자유주의 역사가 중대한 분수령을 넘고 있다. 하다못해 보수적 국내언론마저도 “금융위기에 흔들리는 미, 영 자본주의 모델”(조선일보 9월 19일자), “미국, 30년 신자유주의의 종언”(중앙일보 9월 21일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는 상황이다.

스스로 무너지는 신자유주의

그렇다면 글로벌 스탠더드로 추앙을 받으며 성장가도를 달리던 신자유주의에 이처럼 예기치 못한 급제동을 걸고, 역사적 전환을 압박하는 이는 누구인가? 사실 그 어떤 외부세력도 아닌 바로 신자유주의 자신이 스스로 화를 자초한 것이다.

1980년부터 본격화된 신자유주의 경제시스템은 규제완화, 감세, 작은 정부 큰 시장, 민영화를 내걸고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기존의 경제 시스템을 재편했다. 이어 남미와 아시아에 자유화, 개방화를 강조하며 이른바 워싱턴 컨센서스를 밀어붙인다. 규제완화와 시장화, 개방화 물결의 가장 큰 수혜를 입으며 신자유주의에서 가장 눈부신 성장을 이룬 것이 바로 금융자본주의다.

신자유주의는 전통적인 금융상품인 예금, 적금 상품이나 주식, 채권 외에 이른바 위험 분산을 명목으로 파생상품을 개발하는 ‘금융혁신’을 이루어 금융시장을 급격히 팽창시킨다. 온갖 첨단 수학 기법이 들어간 파생상품은 위험을 분산시킨다는 당초의 취지 대신 고위험을 감수하여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최고의 고수익 상품으로 활용되고 유통된다.

규제가 여전히 까다로운 전통적인 상업은행을 대신해서 사실상 규제가 전혀 없는 헤지펀드와 사모펀드가 파생상품에 대거 투자하고, 기업 자체를 인수합병하는 기업거래시장을 창출한다. 파생상품 시장과 인수합병 시장에서 고수익이 창출되자, 처음에는 헤지펀드와 사모펀드에게 대규모 대출(레버리지)을 해주며 시장을 키우던 투자은행과 상업은행들이 직접 자회사를 세워 투기적 금융상품을 대거 매입하고 유통시키면서 금융시스템의 규제와 감독체제는 더욱 와해된다.

파생상품과 무리한 레버리지, 규제완화가 만든 결과

한편 전통적인 제조업은 점점 경쟁력을 잃어갔다. 오히려 제조업들마저 금융영역에 진출하여 금융부분을 주력사업으로 수익을 올렸으며, 제조업들 자신은 투기적 금융자본의 이익 실현을 위한 기업거래시장의 상품으로 전락한다.

신자유주의 30년 동안 노동자와 중산층의 실질 소득은 늘지 않았고 대신에 금융자본은 갖가지 신용대출로 신용적 가수요를 창출하도록 하여 소비를 조장했고 그 결과 미국 국민들은 대규모의 채무자로 전락한다. 엄청난 금융자본을 동원하여 미국 국민들을 부동산 시장으로 내몰고 미국 국민, 모기지 업체, 정부의 부채를 임계점까지 끌어올리고 마침내 파산하기 시작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최종 결말이다.

다시 말해서 신자유주의가 만들어낸 규제완화와 작은 정부, 시장화와 개방의 환경을 배경으로 해서 급성장한 파생상품과 인수합병 시장, 헤지펀드와 사모펀드, 그리고 여기에 자금을 동원했던 투자은행과 금융기관들 자신이 투기적인 부동산 시장에서 스스로 위험을 극대화시키고 전 세계로 전염시킨 것이다.

자기 내부에서 개발한 최첨단 금융시스템 그 자체에 의해 자신의 금융시스템을 붕괴시킨 신자유주의는 이제 그 자신으로부터가 아니라 외부로부터, 신자유주의 밖으로부터 수습과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나서야 할 상황에 다다랐다.

침묵하는 보수적 기업 연구소들

이렇듯 1백년 만에 올까 말까한 금융위기가 월가를 휩쓰는 동안, 경제의 해외의존도가 높고 특히 외국 금융자본의 자본시장 유입이 높았던 한국경제는 연일 큰 충격으로 흔들리고 있다. 그러나 국책은행 총재인 민유성 산업은행 총재는 이미 파산보호 신청을 한 리먼브라더스 인수 시도가 글로벌 투자은행 진출의 기회였다는 고집을 여전히 꺾지 않고 있다. 전광우 금융위원장도 “규제완화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호언하고 있는 실정이다. 쓰러져가고 있는 미국 금융시스템에 대해 월가의 미국인들 보다 더 강고한 신념을 갖고 있는 듯하다.

이런 와중에 경제현안에 대해 신속하고 발 빠른 대응으로 정평이 나있는 주요 기업 연구소들의 침묵에 가까운 소극적 대응은 당황스러울 정도다. 세계경제의 최신 경향과 동향을 민첩하게 분석해왔던 기업연구소들의 과거 모습과는 전혀 다른 행동이다. 물론 이들 연구소의 개별적인 연구원들이 언론 매체 등을 통해 현재 금융위기에 대해 의견을 피력하는 경우는 있지만, 파산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금융시스템에 대해 솔직하게 인정하는 연구소의 공식적 보고서는 아직 없다.

이들의 침묵은 여전히 규제완화와 민영화를 향해 질주하는 이명박 정부의 외골수 경제정책을 사실상 방조하고 있다. 한국이 세계적인 금융위기 국면에 신속히 대처하여 다가올 혼란을 예방할 수 있는 길을 정부와 보수적인 기업연구소가 함께 막아버리고 있는 것이다.

막 내리는 신자유주의, 그러나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다

패니매이와 프레디맥의 구제금융 결정이 났을 때, 리먼이 파산하고 메릴린치가 인수합병되었을 때, AIG가 국유화되기로 결정되었을 때도 한국의 경제정책 담당자들은 ‘이제 경제위기가 끝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번번이 위기는 재발했고, ‘위기의 끝’이 아니라 ‘신자유주의 끝’이라는 주장에 오히려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신자유주의 앞날에 중대한 전환 국면이 확실해지고 있는 지금, 그것이 신자유주의 시즌 2로 성공적인(?) 진화를 할지 아니면 아예 또 다른 자본주의로 전환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확실한 것이 하나 있다. 인류가 적극적으로 신자유주의 투기성과 위험성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대안적인 경제시스템을 찾기 위해 직접 실험에 나서지 않는다면 신자유주의는 자신의 위험성을 회피하고 유보시키면서 제2, 제3의 신자유주의 변종으로 살아남으려 할 것이라는 점이다. 수백 년 자본주의 역사에서 특정 형태의 자본주의가 스스로 자기를 부정한 적은 없듯이 말이다.

그런데 한국의 현실은 어떤가. 하루를 멀다하고 신자유주의를 찬양했던 보수적인 학계와 기업계가 위기에 대해 침묵으로 답하고 있는 동안, 이명박 정부는 신자유주의 최신 버전도 아닌 30년 전 원시버전을 강행하고 있다. 지금의 금융위기를 지켜보면서도 말이다. 규제완화와 감세, 민영화와 자본시장 개방, 금융화는 바로 30년 전 미국의 레이건과 영국의 대처가 추진하려던 신자유주의 초기버전 그 자체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제라도 세계적인 금융위기 상황을 제대로 보고 추진 중인 경제정책들을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어떻게 변할지 모를 세계 금융시장 속에서 당분간 자본시장 통합법 시행은 전면 유보해야 한다. 지금 미국식 금융모델이 절대 바이블이 될 수 없음은 물론이며, 더구나 30년 전의 미국 모델은 미국인들에 의해 부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 통합법, 산은과 기은 민영화 유보해야

정부가 추진하려는 금융회사 신규 설립요건 완화, 파생금융상품 발행과 거래에 대한 규제완화,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지분 한도 확대, 금융지주회사에 제조업 자회사 허용, 헤지펀드 허용, 채권보증 전문회사 설립 허용과 같은 규제완화 정책들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또한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민영화 추진도 현재 상황에서 추진하기에는 무리이다. 그나마 몇개 남아있지 않은 국책은행마저 민영화할 경우, 금융불안에 대비한 최소한의 안전판마저 없어지는 것이며 향후 장기화될 중소기업 자금조달 어려움에 정부가 능동적으로 대처하기도 어려워 질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과 같이 자본시장이 극도로 위축된 조건에서 민영화는 자칫 헐값 매각이나 주식시장 폭락을 초래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지금은 규제완화나 감세, 민영화를 추진할 시기가 아니라 이미 불황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는 한국경제를 살리기 위해 중소기업과 자영업의 자금조달을 터서 내수를 살리고, 국민들의 소득과 소비여력 확충을 위해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준비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이번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보여주는 것처럼, 폭발성이 큰 신자유주의 금융위기가 대부분 부동산 거품과 금융공급이라는 잘못된 만남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유념하고 금융위기 국면에서 부동산 부양책을 동원하는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된다. 당장 23일 종합부동산세제 개편안 발표, 이후 공기업 선진화 3단계 계획안 발표, 그리고 26일과 30일 내년 예산안 발표에서 이를 즉시 반영할 필요가 있다.

미국 경제학 교수인 루비니 교수는 현재 신자유주의 금융위기를 보면서 “이익은 사적으로 독점하면서 손실은 사회화한다.”고 공박한 바 있다. 이명박 정부가 잘못된 방향으로 고집스럽게 경제정책을 이끌고 간다면 일부 대기업과 부동산 부유층은 이익을 볼지 모르겠으나 대다수 국민들이 잘못된 정책으로 인한 심각한 손실을 보게 될 것이다. 그것이 이명박 정부의 정책전환을 강력히 요구하는 유일한 이유다.

김병권 / 새사연 연구센터장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