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길/ 새사연 이사 



새사연은 2008년부터 매 년 진보 정책 연구소 최초로 <전망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습니다경제주거노동복지 분야를 중심으로 세계의 흐름 속에서 한국 사회를 진단하여 사회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고 새로운 사회로의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세계는 거대한 전환기에 직면해 있다. 그동안 익숙해 있던 규칙과 경향들이 심각하게 흔들리거나 무너지고 있다. 기존 틀로는 쉽게 해석할 수 없는 새로운 현상들이 속출하고 있다. 2017년은 이처럼 역사의 변곡점을 통과하는 전형적인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곧 2017년은 낡은 시대를 뒤로 하고 새로운 시대를 본격적으로 탐색하는 한 해가 되어야 함을 의미하기도 하다. 향후 전체 판도에 광범위하면서 심도 있는 영향을 미칠 중요한 몇 가지 지점들을 전후 맥락에 비추어 점검해보고자 한다.


세계정세


1. 난파 위기의 세계화


2016년에 발생한 영국의 브렉시트와 미국의 트럼프 당선은 세계정세의 불확실을 키우는 대표적인 사건이었다. 이 두 사건이 향후 세계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파악하려면 먼저 그 발생 배경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영국은 공통적으로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선도한 나라이다. 그런데 두 나라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세계화로부터 발을 빼는 양상을 보였다. 영국의 브렉시트는 세계화의 일환으로 추진된 EU 즉 유럽 단일시장으로부터의 철수이다. 트럼프는 자유무역 반대 기조를 앞세워 당선에 이르렀다.


지난 몇 십 년 동안 세계화는 자유무역을 거의 모든 분야에 확대 적용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졌다. 1995년 출범한 세계무역기구(WTO)는 세계화를 관장하기 위한 기관이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같은 지역협정, 한미FTA와 같은 쌍무협정 등은 이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미국과 영국이 세계화를 적극 선도한 것은 제조업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금융을 통해 충분히 보충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였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핵심은 바로 미국과 영국 두 나라 금융자본의 전 지구적 지배를 실현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전략은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 미국과 영국은 금융자본을 빨대로 전 세계의 부를 빨아들여 자국 안에 쏟아냈다. 이를 뒷받침하는 징표로서 1990년대 10년 동안 미국의 종합주가지수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두 나라 국민들은 주가 상승 등으로 막대한 금융소득을 거머쥘 수 있었다. 덕분에 중산층도 그런대로 유지될 수 있었다.


하지만 금융자본 중심의 신자유주의는 거품에 의존하는 지속가능성 없는 시스템임이 드러났다. 거품이 붕괴되면서 2000년 월가 주가대폭락,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잇달아 발생했다. 금융자본을 앞세워 세계의 부를 끌어 모으는 것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았다. 이러한 가운데 자유무역 흐름을 타고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한 중국 등이 선진국 시장을 거침없이 잠식했다.


두 차례의 금융위기를 거치며 주가 폭락과 부동산 버블 붕괴 등으로 중산층은 직격탄을 맞은 상태였다. 반면 추가적인 금융 소득은 대폭 줄었다. 시장 잠식으로 공장 폐쇄가 늘면서 실업자까지 급증했다. 이러한 요인들이 종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선진국 사회구조를 상징했던 두터운 중산층이 빠르게 붕괴되어 갔다.


금융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유난히 높았던 미국과 영국 두 나라가 바로 이런 형태로 집중적인 타격을 입었다. 두 나라가 가장 먼저 세계화 흐름에서 발을 빼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그동안 진행된 세계화는 평가를 떠나 세계 질서에 일정한 규칙을 부과해 왔었다. 이를 바탕으로 불확실성을 최소화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으로 그 규칙들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유일한 기준으로 삼고 있다. 적과 우방도 중시하지 않을 방침이다. 시장 논리를 뛰어넘어 글로벌 기업들에게 미국 내 투자를 겁박하고 있으며 각종 무역 분쟁을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는 신설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와 미 무역대표부 수장에 잇따라 반중(反中) 인사를 지명하면서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돌입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는 환율·무역정책에서 중국과 사사건건 충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급 시장을 품고 있다. 미국의 행보는 곧 세계 질서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을 수 있다. 세계화는 암초에 부딪쳤다. 대의의존성이 높은 한국으로서는 심각한 위험 요소가 아닐 수 없다.


한국은 세계화 흐름을 타면서 무역 규모를 빠르게 확대시켜 왔다. 최근 뒤로 밀려나고 있지만 한 때 수출 규모 세계 6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GDP 대비 수출의존도도 50퍼센트에 육박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대외 환경이 급격히 바뀌고 있다. 시급히 세계화 이후 시대에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2. 신냉전 격화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날로 격화되고 있다. 여기에 일본과 러시아가 가세하면서 신냉전 질서가 형성되고 있다.


1980년대 미국과 중국은 함께 손을 잡고 소련에 대항했다. 반소련 공동전선에서 두 나라는 동반자 관계를 유지했다. 1991년 소련이 붕괴하자 세계는 미국을 유일한 정점으로 통합되었다. 중국은 개혁개방을 가속화시키면서 미국 중심의 세계 자본주의 시장에 깊숙이 편입되었다. 중국은 대미 수출로 막대한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중국은 벌어들인 달러로 미국 국채를 매입했고 미국은 이를 통해 무역적자를 보충했다. 그런 식의 ‘달러 사이클’을 바탕으로 두 나라는 밀월 관계를 유지했다.


미국은 자신을 유일 정점으로 하는 세계질서가 오랫동안 지속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중국은 견제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사정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중국은 빠르게 실력을 키우면서 미국의 지위를 넘볼 수 있는 위치에 섰다. 세계는 미국과 중국을 G2로 부르며 대등하게 취급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GDP 규모는 미국에 바짝 다가섰으며 머지않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은 엄청난 외환 보유고를 바탕으로 국제무대에서의 영향력을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유인 우주왕복선을 띄우는 등 우주개척에서도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항공모함을 진주시키는 등 군사대국의 길에도 성큼 발을 내디뎠다. 중국은 대국굴기를 선언하며 강대국의 길을 가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오바마 행정부는 재균형 정책을 표방하며 중국 견제를 군사 외교 정책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기 시작했다. 최근에 이르러서는 두 나라의 군사적 긴장이 크게 고조되고 있다. 미국 항공모함이 남중국해에 깊숙이 진입하는 가운데 중국은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을 지닌 핵잠수함을 전격 배치했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 발 무역 분쟁이 가세하고 있는 형국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에 대한 맞대응으로 시진핑은 다보스포럼에서 자유무역을 옹호했다. 이는 중국이 미국과의 직접적인 이해 다툼을 넘어 세계 질서의 향방을 둘러싼 경쟁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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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