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사연은 ‘현장보고서’라는 이름으로 인터뷰, 현장 답사 및 관찰 등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현실에서 연구 방향을 찾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서 연구 목적을 찾아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는 것이 바로 새사연이 지향하는 연구이기 때문입니다. 본 글은 새사연 소모임 <빚쟁이 포럼>의 참여자인 김영석님이 작성한 보고서입니다. 중견기업 삼부토건의 기업구조조정에 대해 다룬 본 보고서는 새사연 홈페이지에서 연재될 예정입니다. (편집자 주)

 

필자가 20년 동안 몸담아 왔던 삼부토건이라는 중견기업은 2011년경에 대주단과 자율협약을 체결하여 1차적 기업구조조정 과정에 들어갔으나, 결국 4여년간의 긴 고통의 터널을 지나 2015년 8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여 현재까지 법원의 관리와 통제 아래에서 기업회생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이 글은 필자가 그동안 경험해 온 기업 활동의 불합리한 모순들을 바탕으로 시장경제체제하에서 실질적인 경제민주화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보고, 기업과 금융의 구조적 모순과 비민주적 행태들을 되짚고자 쓰여졌다. 현재 크고 작은 어려움과 한계에 직면해 있는 우리 사회의 기업과 각 경제주체들이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더 나은 기업환경을 만들어 나가길 바라며, 나아가서 본 글이 좀 더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기업구조조정이나 기업회생의 방향을 잡아 나가는 데에 한 조각의 보탬이라도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본 보고서는 2016년 10월 중순경에 사단법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에서 주최한 소모임인 <빚쟁이포럼>에 발표한 자료를 기초로 하여 쓴 것이다.

 

‘경제민주화’의 진짜 의미란 무엇인가?

우리헌법은 그 전문에 <우리 대한국민은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라고 하여 자유와 민주적 질서를 기반으로 사회, 경제적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국가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더불어 헌법 제119조 2항에서는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라고 명시적으로 규정하여 국가는 경제민주화를 통해 민주공화국을 실현해 나가야할 헌법상의 권리와 의무를 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경제의 실상은 재벌 대기업과 지배주주로의 부와 권력의 심각한 편중현상으로 인해 각 경제주체 간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고, 특히 경제주체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구조조정 단계에서 그 사회경제적 불평등, 불공정, 비효율성으로 인한 폐단이 더욱 두드러지게 발생하고 있다. 또한 금융자본과 금융권력 역시 이러한 불평등과 불공정을 규제하고 조정할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을 등한시하고, 시장자율이라는 허울뿐인 미명아래 금융기관의 단기적 이익 챙기기 횡포를 수수방관해 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러한 불공정한 경제적 현실을 개선하고자, 우리 헌법이 담고 있는 경제민주화 조항을 근거로 하여 재벌 대기업의 횡포를 방지하고 각 경제주체들 간의 소득불균형을 해소하여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경제적 기반을 구축하려는 시도를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대개 지금까지는 경제민주화를 대기업의 소유지배구조문제 또는 대기업의 독과점적 시장지배구조 개혁과 같은 시장 참여자들의 공정성 문제에만 한정하여 계열기업간 상호채무보증 해소, 지배주주의 책임성 강화, 소액주주권 강화, 경영투명성 확보 등을 중심으로 한 대기업의 시장 횡포에 대한 외부적 통제수단을 기초로 한 개혁과제만을 논의, 추진해 나가고 있다. 이 때문인지 우리 기업체들의 현실은 기업내부에 뿌리깊이 박혀있는 재벌 기업주의 황제적 지배권력과 비민주적 기업경영지배체제로부터 야기되는 약탈식 자본주의 구조에 의해 왜곡된 계급 계층간의 사회 경제적 불평등 문제는 개선되는 기미가 조금도 보이지 않고 있다. 금융자본과 금융권력 또한 이러한 야만적 약탈경제 구조에 편승하여 지배주주 등 극히 소수의 이익만을 위한 단기적 성과에 치중함으로써 시장권력에서 소외된 종업원과 소비자, 협력업체 종사자 등은 더욱 더 어려운 경제적 현실에 내몰려 있는 실정이다.

 

지배주주의 무소불위 권력독점이 불러온 ‘자유민주주의의 마비’

과거 권위주의적 정권의 정부주도 경제발전과정에서 특혜성 금융과 제도적 지원으로 성장한 재벌총수 지배하의 대기업은 그 동안 정치권력으로부터 금융적 수단, 정경유착 등을 통해 외부적 통제와 견제를 받아왔다. 그러나 정치적 민주주의 실현과정을 통해 정부의 권위적 강권통제가 약화되고 시장의 자본권력이 더 큰 자유로움을 얻게 됨으로써 총수개인의 기업경영에 대한 절대적 지배권을 견제할 수단 또한 없애버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시장이 자유와 자율이라는 교묘한 자유방임적 사술에 현혹됨으로써 재벌총수와 대기업으로의 경제력집중은 한층 더 심화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기업내부의 의사결정구조 또한 기업 활동의 무한한 자유와 신속한 의사결정을 이유로 지배주주에게 아무런 제약을 가하지 않고 있다. 그로 인해 독단적 황제식 오너경영과 세습경영의 폐해는 심각한 사회 경제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더구나 이런 사회 경제적 폐해들은 다시 우리 사회의 총체적 민주주의까지 후퇴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기업의 현실에서 주주총회를 통해 이사회의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지배주주는 기업경영에 대한 전제적 권력을 행사하면서 국민경제의 가장 큰 핵심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기업을 사유화한다. 이들이 특정 지배계층의 재산축적과 상속의 도구로서의 기능을 최우선시 함으로써 헌법 전문이 보장하고 있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과 기회가 보장되기는커녕, 계층 계급간의 조화는 파괴되고 적정한 소득분배는 현실로부터 점점 괴리되고 있다. 조금만 더 엄밀히 생각해 보면 시장에 공개된 대기업은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결합체이기 때문에 기업경영에 대한 지배적 권력은 각 이해당사자간의 이익을 조화롭게 반영하여 행사되어야 한다. 주주, 경영임원, 종업원, 채권자, 소비자 등 기업의 모든 이해당사자들은 기업의 안정적 활동과 성장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구성원들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기업의 주요의사 결정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경제적 민주주의를 실현해 나가는 길이고, 이러한 이해당사자들의 협력적 관계를 통하여 기업경쟁력을 확보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대부분 대기업의 이사회는 주주총회를 지배하는 1인 기업주의 독점적 권력에 장악되었다. 이 때문에 기업경영은 지배대주주와 그 가족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배주주가 이사회, 감사위원회 등 기업 내에 존재하는 모든 기관의 권력을 전횡함으로써 이해당사자간의 갈등의 골은 깊어져 서로간의 협력은 멀어지고 이로 인해 생산성과 효율성이 정체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지배주주의 불투명한 독단경영의 지속으로 부실불법경영의 가능성이 많아짐으로써 기업은 결국 파탄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60년 넘게 흑자였던 중견기업이 기업회생절차에 이르게 된 이유

1948년 건립된 이래 개발경제시대를 거쳐 60여년간 국내외의 공공토목공사를 주력사업으로 지속적인 흑자경영을 통해 기업자산을 축적해 온 삼부토건은 자회사인 남우관광(르네상스호텔), 삼부건설공업 등과 함께 전체 매출액은 1조원, 전체 상시종업원수는 1,200여명에 달하는 등 2000년대 중반까지 중견그룹으로서 안정적인 기업활동을 영위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고성장시대에 노동자들의 장시간 근로와 헌신을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회사자산을 축적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기업내부의 현실은 개발독재시대의 권위주의적 의사결정방식을 개선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배주주 가족들이 주주총회의 전권을 장악하고, 이사회의 이사 및 감사, 집행임원 등을 모조리 자신들의 하수인으로 선임함으로써 기업운영은 독단적이고 불투명한 황제식 혈연경영으로 일관되어 기업부실화의 뇌관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금융과 부동산 거품시대를 지나오면서 지배주주 일가들은 마침 2세에서 3세로의 경영권 세습경쟁을 벌이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2006년부터 금융부동산 브로커를 통해 본격적으로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에 대한 투자를 2세와 3세들이 경쟁적으로 밀실에서 결정하게 되었다. 사업부서 직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회사조직에 의한 철저한 사업성 검토도 없이 비선라인을 통해 2세와 3세 혈족들은 무모한 PF대출보증과 시공참여를 결정했고, 회사는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되었다. 실제 2007년 이후 헌인마을개발사업, 유러피안리조트개발사업, 카자흐스탄 주거복합단지, 타니골프장 개발사업 등 삼부토건 경영진이 참여를 결정하여 지급보증한 PF대출원금은 약7,000억원에 이르고, 2015년 회생절차신청 전까지 이에 대해 지급한 고율의 이자가 3,000억원이 넘는다. 대부분의 PF사업이 애초부터 진행이 불가능했거나 가능했더라도 이에 대한 막대한 손실을 회사의 대여금으로 처리하여 2016년 현재까지 실제 회사가 회수한 금액은 1,0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당시 우리은행 등 채권금융기관 또한 대출사업에 대한 실질적 사업성 검토나 심사 없이 우량자산을 보유한 삼부토건 이사회의 PF사업 채무보증 결정만으로 시행사에 부당한 대출을 해줌으로써 부실사업결정과 관련 없는 다른 기업구성원들의 사회 경제적 손실을 생산해 내는데 일조했다.

2011년 4월 헌인마을사업과 유러피안리조트사업 등 사업시행사들에 대한 PF보증채무의 원금 상환기일이 도래하자 비로소 삼부토건은 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하여 기업부실화를 외부에 명확히 드러내게 된다. 이 당시 삼부토건은 5,000억원에 이르는 대출원금과 고율의 이자를 감당할 수 없는 처지였다. 때문에 경영권을 포기하고 법원의 강제적 구조조정을 통하는 방법 이외에는 기업을 제 때 회생시킬 수 있는 특별한 방도가 없었다. 그럼에도 당시 시장의 갑작스런 혼란야기를 기피하는 정치권력과 부실사업에 대한 무리한 대출강행으로 수천억 원의 돈을 떼일 처지에 놓은 금융기관들은 그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삼부토건 부실경영진을 회유하여 르네상스호텔부지를 담보로 회수가 불확실한 회생채권을 부동산담보부 채권으로 전환하고 기업회생절차개시 신청을 철회시키게 된다.

이 때 삼부토건은 기업회생절차 신청을 철회하는 조건으로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들로부터 7,500억원의 협조융자를 받고 2011월 7월 대주단과 자율협약(재무개선약정)을 체결하였으나, 당시 부실화의 심각성으로 미루어 보나, 현재 드러난 결과를 통해 보나 자력 회생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지배주주 일가는 언 발에 오줌 누기식 자율협약을 체결하여 그들만을 위한 부질없는 경영권을 연장할 수 있었고, 대주단은 7,500억원의 협조융자를 통해 일부 부실채권은 즉시 회수하고, 나머지 남은 채권은 삼부토건의 우량자산에 대해 1순위 담보권을 설정하는 횡재를 누렸다. 더구나 대주단 은행들이 흉조융자 대상인 기업에 유동성을 전혀 남겨놓지 않고 2년간의 선이자 1,000억원까지 떼어 놓았던 것은 기업의 실질적인 재무개선에는 애초부터 아무런 관심이 없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표와 그림을 포함한 보고서 전문을 보시려면 아래의 pdf 파일을 다운 받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