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6일 목요일, 새사연의 열 번째 확!新!광장, <젠더와 정치> 강연이 아현동 주민센터에서 열렸습니다. 서강대학교 현대정치연구소의 서복경 교수님으로부터 정치와 젠더는 어떤 유기성을 가지고 움직이는지, 흥미로운 얘기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강연은 정치권에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이야기하는 갈등의 ‘극복’과 ‘해소’가 정말 가능한 것인가? 하는 질문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서복경 교수님의 결론은 ‘힘들다’였습니다. 갈등이란 극복과 해소를 통해 없앨 수 있는 게 아니라, 상호간에 어디까지 인정하고 공존할 것인지 대화를 통해 조정하는 것이라는 거죠.


이후 본격적으로 여성과 정치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역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여성 후보자의 비율이 특히 흥미로웠는데요, 1988년에 있었던 13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성 후보자 비율은 2.2%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그 이후 15대까지 2%대 수준을 유지하던 여성후보자 비율이 16대에는 5.5%, 2004년에 열린 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11.5%로 대폭 상승했음을 확인해볼 수 있었는데요, 두 가지 제도적 변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첫 번째 요인으로는 2004년 17대 총선부터 시행된 1인2표제, 정당비례투표를 들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요인은 마찬가지로 17대 총선부터 시행된 비례대표 여성 공천 할당제입니다. 이러한 제도 도입 등의 노력을 거친 결과, 현 20대 국회에는 총 250명 중 51명의 여성 국회의원이 국회에 입성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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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여성정치인이 정말로 여성을 대표할까요? 서복경 교수님의 답변은 단연코 “NO”였습니다. 이는 “여자가 너무 똑똑한 척 하면 밉상이다. 약간 모자란 듯이 구는 게 유리하다”라는 김을동 前 의원의 발언이나, “1등 신붓감은 예쁜 여자 선생님, 2등 신붓감은 못생긴 여자 선생님, 3등 신붓감은 이혼한 여자 선생님, 4등 신붓감은 애 딸린 여자 선생님”이라며 특정 직업 비하 발언을 하여 큰 논란을 빚었던 나경원 의원의 경우를 통해 단적으로 드러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을 대변할 여성정치인이 늘어나야 하는 것은 ‘정책대표성’ 때문입니다. 재벌이 대중교통 요금을 알 수 없듯이, 현재의 국회의원 성비로는 여성의 보편적인 문제에 공감도가 낮을 수밖에 없고, 정책으로 연결되는 것 역시 힘들 수밖에 없다는 거죠.


그리고 여성을 대변하는 정책을 ‘만들게’하는 것은 여성 유권자의 몫이라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특정 인물을 국회로, 청와대로 보내는 것에 ‘내 입장을 대변해야만’하는 강제성은 없기 때문이죠. 실제 여성 유권자들의 투표율도 지난 10년간 전 연령대에서 큰 폭으로 상승해왔음을 통계를 통해 확인해볼 수 있었는데요, 이에 대한 서복경 교수님의 가설은 “먹고 살기 힘들어서”였습니다. 대한민국이 OECD 국가 중 남녀 임금격차가 가장 큰 나라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더 깊이 들어가 보면 그간 상위층의 실질 소득률은 더 증가하고 하위층의 소득률은 더 하락해서 양극화가 극심해졌는데요, 하위에 속하는 저임금 노동자 중에는 여성의 비중이 상당히 높습니다. 즉, 지난 10여 년간 극심해진 양극화의 여파를 더 직접적으로 느낀 것은 여성이었을 거라는 얘기입니다. 먹고 살기 힘들어진 여성들이 현실의 문제를 정치를 통해 바꿔보고자 했고, 그러한 움직임이 투표율의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가설이었습니다.


물론 먹고 살기가 힘든 것은 비단 여성뿐이 아닙니다. 앞서 말한 양극화로 인해 다수의 사람들이 코너에 몰려있는 상황인데요, 이러한 상황을 빗댄 ‘암소 이야기’가 있다고 합니다. 이웃에 아주 좋은 암소가 있다고 가정할 때, 이웃의 반응은 ‘나도 암소를 갖게 해주세요’ 혹은 ‘내가 가질 수 없으니 옆집 암소를 죽여주세요’의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는데요, 요즘처럼 사회가 힘든 상황에서는 ‘이웃집 암소를 죽여달라’는 반응이 늘어난다고 합니다. 다 같이 ‘나쁜 평등’을 추구하게 된다는 거죠. 서복경 교수님은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힘든 이들끼리의 연대, 집단행동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최근 메갈리아, 워마드의 활동에 대해서도 여성이 처한 상황을 자기들만의 대나무숲이 아닌, 세상을 통해 ‘집단적이며 공개적으로’ 발언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고 첨언했습니다.


이번 강연은 참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특히 두드러졌습니다. 덕분에 특별히 집담회 형식의 행사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게 토론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습니다. 오고가는 대화 속에 참여자들이 생각하는 여성의 정치 관심도와 선거 투표율이 상승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도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아주 다양한 답변이 있었습니다.  비혼 여성의 증가했기 때문이다, SNS나 여성커뮤니티 등의 영향이 이유이다, 똑같은 권유에 여성들이 비교적 빠르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제도교육에 양성평등이 포함되어 있는 첫 세대이기 때문이다 등등 여러 가지 유의미한 가설들이 나왔습니다. 참여자 여러분 덕에 그렇지 않아도 재밌는 강연이 한층 더 풍요로워졌던 것 같습니다^^


바쁜 평일의 한 가운데 늦은 시간에 열린 강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생각, 좋은 말씀을 나눠주신 서복경 교수님과 참여자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말씀 전해드립니다. 새사연 확!新!광장은 다음번에도 유익하고도 재밌는 주제로 여러분을 찾아뵐 것을 약속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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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