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5-18                                                                                                                    송민정 / 새사연 연구원


‘HOT’한 2016년의 ‘Cool’한 최저임금 6,030

작년 봄, 2016년의 최저임금을 얼마로 할 것이냐에 대해 치열한 논의가 있었다. 당시의 최저임금은 5,580원으로, ‘생활 안정을 보장하는 임금이어야 한다’는 제도의 취지에는 한참 못 미치는 금액이었다. 이에 국민들의 관심이 쏠렸고, 알바노조의 ‘최저임금 1만원’ 구호와 함께 경제부총리의 “대폭 인상할 필요가 있다”는 발언까지 더해져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으나, 결과는 6,030원으로 비교적 냉정한 수준의 인상에 그쳤다. 하지만 4월 13일에 시행된 총선에서 각 정당들이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1만원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공약하여 작년의 열기가 아직 식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최저임금제도는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는 시간제 일자리 및 단순노무직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특히 여기에 근무하는 취약계층 중에서도 저소득층 여성들에게 큰 파급력을 갖고 있다. 이에 젠더적 관점에서 현재 최저임금을 재조명하고 앞으로의 연대활동을 모색하는 자리가 지난 5월 12일 한국여성노동자회 주최로 마련되었다. 워크샵의 제목은 “최저임금과 젠더, 그리고 사회정의”였다. 연구자와 활동가들의 발제와 토론으로 이상과 현실을 잘 보여주고, 최저임금이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개방적으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알찬 시간이었다.

 

젠더 관점으로 본 최저임금

최저임금은 금액 수준도 중요하지만 정해진 최저임금을 사업장에서 제대로 지키는지의 여부도 중요하다. 다수의 지역 편의점 및 개인사업장에서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월 급여는 최저임금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장시간 노동으로 인해 실제로는 최저임금 미만의 급여를 받는 노동자들 역시 상당히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피해를 받는 대상은 편의점 아르바이트와 같은 시간제 노동자이거나 청소용역이나 소규모 공장에서 근무하는 단순노무직 노동자 등 주로 취약계층이다.

이러한 이유로 노동시장에서 겪는 최저임금 문제에 대해 청년과 여성을 비슷한 맥락에서 다루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은 다른 분류의 문제이다. 30년간 일을 해도 최저임금 수준으로 동일 임금인 상황과, 임시적이고 일시적인 직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같은 렌즈를 통해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별,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적용하자는 주장은 청년세대보다 여성에게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은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고용이 줄어들어 노동시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ILO의 연구 결과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거나 제한적이었다. 발제자였던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김혜진 교수는 “양극화를 해소하는 방안 중 현실가능성이 높은 방안은 상층을 끌어내리는 것이 아닌 하층을 끌어올리는 안이다. 고로 최저임금의 현실화는 가장 좋은 제도”라고 주장하였다. 다만 영세중소사업자의 경우 최저임금이 상승되었을 시 70%정도 고용이 감소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젠더관점에서 최저임금의 영향권과 노동자의 실태를 본 이화여자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 이정아 박사의 발제에서 임금체계에 대한 복잡성과 그 사이의 노동자 실태에 대해 현실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임금은 복잡하고 다양한 개념으로 이루어져 있어 노동자들이 자신의 임금체계를 정확히 알기 어렵다. 또한 1최저임금 금액을 알더라도 자신의 임금체계 중 어느 부문이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들어가는지 정확히 알기 어려우며, 정액급여 부문이 최저임금 산입 범위와 비슷하다고 여기지만 사실은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또한 이정아 박사는 근본적으로 임금이 어떻게 결정되는지에 대해 두 가지 관점을 들었다. 한계주의접근방법과 잉여접근방법이 그에 해당한다. 한계주의는 최저임금효과에 대해 한계생산물 가치를 기준으로 결정된 것이라고 하며 앞서 말한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고용이 줄어든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잉여접근은 최저임금이 노사 간의 힘의 불균형을 부분적으로 교정하는 기능을 하며 생존비, 교섭력, 관습 및 규범, 공정성에 대한 인식이 임금 결정 기준으로 본다.

잉여접근 관점에서 국내 임금실태의 연도별 임금이 여성문제와 직결되어 있음을 데이터를 통해 볼 수 있었다. 1997년 이전까지는 고임금층이 증가하고 있었는데 이후 저임금층의 비중이 점점 넓어져서 현재는 1980년대 후반의 상황만큼 악화되었다. 또한 2015년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를 통해 시간당 정액급여 기준으로 보았을 때 저임금의 여성비중이 매우 높으며 특히 주휴수당 미지급의 경우 저임금 여성이 당면한 문제임을 알 수 있었다. 여성이 노동시장 내에서 저임금을 대표하고 있으므로 최저임금 문제 및 주휴수당 미지급 문제는 여성과 직결되어 있고, 나아가 최저임금을 일자리별로 차등을 두게 된다면 여성이 그 피해를 가장 크게 받을 가능성이 높았다.

두 발제를 통해 최저임금 문제가 여성에게 영향력이 남성 뿐 아니라 타 계층에 비해 크고, 노동시장 내에서 여성이 대표하고 있는 저임금 계층의 상황의 개선을 위해서 최저임금제도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잘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되었다.

 

연대활동을 통한 최저임금 운동

토론에 참여한 알바노조, 청년유니온, 전국여성노동조합, 한국여성노동자회의 발표를 통해 사업장에서 실제로 마주한 임금문제를 보다 입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 개별적인 목소리보다 연대활동을 통해 모아진 큰 목소리를 통해 최저임금의 중요성을 들을 수 있었고, 보다 나은 수준의 제도개선과 현실성 있는 금액 설정을 위해 사회전반의 노력 필요한 상황임을 알 수 있었다.

알바노조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내 최대 규모의 영화관인 CGV의 아르바이트생 ‘미소지기’는 감정노동뿐 아니라 꾸미기 노동을 강요받는 동시에 평가받고 있었다. CGV는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 이상의 급여를 주고, 미소지기 카드를 통해 소량의 직원 복지를 제공하는 등 얼핏 괜찮은 노동조건을 갖추고 있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면에서는 과도한 외모적 기준을 설정하고 이를 점수화하여 매일같이 오늘의 ‘꼬질이’를 뽑아 벌점을 주는 등의 인권침해를 일삼아 왔다. 또한 회사에서 요구하는 외모수준을 지키기 위해 사용되는 립스틱이나 스타킹, 세탁에 들어가는 물품 및 비용은 전부 노동자의 부담으로 돌려 실제 월 급여는 체감 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준비하는 시간도 1시간 이상 소요되어, 실제 일하는 시간은 임금에 포함되어 있는 시간보다 길다. 여기에 여성노동자에게는 손톱길이부터 헤어스타일, 메이크업에 이르기까지 더욱 강한 필터를 적용하여 차별을 가하고 있었다.

청년유니온은 ‘최저임금은 청년임금이라는 슬로건’으로 <편의점 최저임금 실태조사>를 통해 작업장에서 지켜지지 않는 최저임금의 실태를 세상에 드러냈다. 나아가 최저임금위원회에 최저임금 당사자인 청년이 직접 참여할 것을 주장함으로써 실제 2015년 최저임금 위원회에 청년유니온의 위원장이 소속되어 청년당사자의 입장을 전당하였다. 청년유니온의 슬로건은 ‘최저임금은 모두의 임금’이라는 슬로건으로 발전하여 연대의 폭을 여성, 비정규직, 고령층 노동자, 이주 노동자까지 확대하였다. 실제로 지난 5월 2일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나온 여성 서비스업 시간제 노동자들을 비하하는 발언을 전하면서 “사회적 시각이 변해야 최저임금도 현실수준이 반영되고, 잘 시행될 것”이라는 일침을 가했다.

이 외에도 여성노조에서는 여성 고령층이 주로 취업하는 단순노무직이나 청소업무의 예를 통해 최저임금을 받는 취약계층의 대표적인 상황을 전하였다. 최저임금 인상은 여성 고령층 노동자들의 삶의 질 향상에 있어 중요한 요소이며, 최저임금 현실화의 시작은 간접고용 노동자로부터 시작되었음을 밝혔다. 또한 미조직 여성노동자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만이 유일한 임금협상 도구임을 전하며 최저임금의 중요성을 다시금 환기하였다.

한국여성노동자회는 월급제였던 임금이 시급단위로 파편화됨으로써 노동계약시간이 짧아지고 계약이 복잡해진 틈을 악용해 최저임금을 어긴 사례를 발표하였다. 일용직의 경우 매일 그날의 일당을 줌으로써 주휴수당을 챙겨주지 않았고, 소규모 공장이나 개인사업장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은 출퇴근 카드를 찍지 않게 하여 연장 및 야간 근로 수당을 주지 않는 등의 꼼수를 통해 임금을 제대로 챙겨주지 않았다. 국가가 최저임금을 어긴 사례도 발표하였는데, 장애인 활동 보조인의 경우 초과근무가 많은 실제 상황을 반영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인건비를 책정해 낮은 임금을 받고 있었다.

해당 워크샵의 참여를 통해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은 사회 구조의 재편을 향한 움직임과 닿아있다는 것을 체감하였다. 불평등한 사회구조의 재조직 과정에서 최저임금은 유효임금을 상향시킬 수 있는 지지대가 된다는 점, 취약계층 특히 저소득층 여성에게 강력하고 유일한 임금 협상의 통로 역할을 한다는 점 등을 재조명 할 수 있었다. 작년에는 청년의 입장에서 시간제 및 불안정한 일자리에서의 최저임금을 바라보았다면, 이제는 젠더적 관점에서 보다 넓은 사회문제를 포괄하는 최저임금제도에 대해 생각하며 2017년의 최저임금 결정을 지켜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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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