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3-08                                                                                                                    송민정 / 새사연 연구원


졸업 후 절벽

지난 2월 22일 서울시립대의 졸업식에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이 참여하여 축사를 하였다. 특히 이번 졸업식에서 ‘박원순 학번’이라고도 하는 반값등록금 1세대인 12학번 학생들도 졸업을 하였기에 그 의미가 깊었다. 박원순 시장은 축사에서 졸업을 축하함과 동시에 고용절벽에 내몰린 청년들에게 정치인으로서 미안한 감정을 전달하였다. 청년들의 졸업식이 이전만큼 축제 분위기가 아닌 것은 현재 청년들의 고용상황이 오랜 기간 침체된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미 여러 해 동안 반복되는 청년들의 고용난 속에서도 2016년 상반기 공채준비가 한창이다. 취업재수를 하더라도 정규직을 노릴 것인가, 경력단절 대신 비정규직을 택할 것인가 하는 기로에 선 청년들은 일단 취업의 기회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렇게 고용절벽에 몰릴 것을 예상해 온갖 ‘스펙 갖추기’로 얼룩진 캠퍼스생활을 견뎌낸 청년들에게 무엇을 해주어야 하는지, 또 무엇을 해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사회의 고민은 깊어져간다.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들 중 하나는 청년의 목소리를 정치에 반영하기 위해 청년이 직접 정치에 참여하고자 하는 활동이다. 4월 13일 총선을 앞두고 각 당이 내세운 청년관련정책과 청년 예비후보들에 대한 관심이 이를 대변한다.

 

청년들이 청년의 이야기를

2월 23일 화요일 ‘2016총선청년네트워크’가 발족식을 가졌다. 총 16개의 청년관련단체가 다가오는 총선에서 청년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드러내고자 네트워크를 조직하였다. 총선청년네트워크는 사전에 300여명의 18세에서 36세의 청년들에게 설문조사를 통해 청년들이 생각하는 공천불가 기준에 대한 의견을 모았다.

 

표 1. 청년이 생각하는 공천불가 기준

Untitled-1

출처 : 2016 총선청년네트워크 보도자료

 

설문조사에 응답한 청년들 중 40.5%가 ‘청년팔이 노동개악 주동자’를 공천불가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생각하였고 ‘채용비리 청년취업 강탈자’, ‘청년비하 청년수당 망언자’가 각각 13.7%, 11.1%로 뒤를 이었다. 총선청년네트워크는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공천 부적격자 대상자를 발표하였고, 청년들에게 현실적으로 필요한 10가지 정책을 노동, 주거, 교육 및 제도 등 분야별로 제시하였다. 이처럼 당장 올해 취업이 되는지 여부뿐만이 아니라 삶의 질에 대한 복합적인 관점으로 청년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것은 청년들이 포기하지 않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움직임으로 연결시켰기 때문이다.

 

청년을 팔지 마세요

현재 20대 총선 국회의원에 입후보한 예비후보자수는 총 1532명이다. 그 중 20대는 16명, 30대는 47명이다. 가장 많은 비중의 입후보자 연령대는 50대였다. 청년비례대표에 입후보한 후보자까지 생각하더라도 정치에 직접적으로 청년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제도적인 부문을 강화시킬 수 있는 인력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일부는 청년들이 투표를 많이 하고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고 하는데 현재 나온 청년 입후보자들의 상황과 호응을 보면 먼저 생각해봐야 할 것 들이 있다.

청년문제가 부각되면서 청년 관련 정책과 제도는 유통기한은 짧지만 팔기는 좋은 상품처럼 취급되곤 했다. 고용, 임금, 주거 등 논의 중인 정책에 ‘청년’이라는 고명을 올려 뜨거운 감자를 만들고, 미래까지 고려한 정책이라는 감투까지 씌운다. 이러한 문제를 직접 청년당사자가 열정과 패기로 앞장서 해결하겠다며 언뜻 파격적인 ‘듯한’ 정책제언을 하면 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입후보자가 ‘젊은 여성’일 때 상품화의 정도는 더욱 심각해진다. 현재 20대 총선의 청년 입후보자 중에서도 외모만 부각되는 행보를 걸으면서 정작 청년 관련 정책에 대한 입장은 스스로 표명하지 못해 대표로서 부적절하다는 평가를 받는 경우도 발생하였다.

이런 모습은 정당조차도 흥행몰이에 치중하여 청년 입후보자를 기성 정치권을 돋보이게 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자신들의 삶과 직결된 노동법에 대해서도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입후보자를 본 청년들이 정치나 투표에 냉소를 보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다. 미움보다 무서운 것은 무관심이다. 무관심의 무서움을 아는 청년들이 네트워크를 만들고 총선에 목소리를 내고자 한다. 혼자서는 어려우니 여러 청년 단체가 모여 소리를 높였다. ‘변화에 투표한다’는 2016총선청년네트워크의 슬로건이다. 청년의 상황을 변화시킬 기성 정치판에 점잖은 으름장인 동시에 냉소적인 청년당사자들에게 놓는 일침이기도 하다. 변화를 만드는 것은 바로 ‘움직이는 청년’이라고 말이다.

 

hwbanner_610x114

신고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