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2008.07.08 10:10

7월 7일부터 9일까지 ‘부자 국가들의 클럽’ G8(선진 8개국) 정상회의가 일본 홋카이도에서 열린다. 선진 7개국과 1998년에 합류한 러시아로 이루어진 G8 국가들, 그리고 온실가스 감축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2005년부터 동참하기 시작한 ‘신흥 경제개발도상국’인 중국, 인도, 남아공, 멕시코, 브라질 등 5개국 정상이 합류한다. 여기에 개최국인 일본이 특별 초청한 한국, 호주, 인도네시아 정상이 참여한다. 일본의 초청 덕택에 한국도 처음으로 G8 정상회의에 참석하게 되었다.

수렁에 빠진 세계경제와 G8

원래 이번 회의의 주요 주제는 탄소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포스트 교토 의정서’ 제정 이지만 현실적으로 눈앞에 닥친 글로벌 경제위기 대처방안이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지난 7월 2일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는 G8 정상들에게 서한을 보내 “세계 경제가 위험지대로 진입하고 있다. 유가와 식량가격이 동반상승하면서 세계 인구 중 1억 명이 극도의 가난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G8 정상들이 위기타개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세계 경제는 1년 전 미국에서 촉발된 신용경색과 금융 불안이 채 진정되기도 전에 글로벌 인플레이션이라는 매우 심각한 경제적 수렁으로 깊이 빠져 들고 있다. 특히 식량가격과 석유가격이 인플레이션을 주도하고 있고 이는 다시 달러와 환율, 금리 그리고 국제 금융자본과 복잡하게 얽혀 있다. 즉, 달러가치 폭락과 금융자산 투기화가 식량가격과 유가를 상승시키고, 이렇게 상승한 고유가는 다시금 물가상승과 주가폭락을 일으키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세계화의 선도자 G8의 시대는 가고

이와 같은 세계 경제 난맥상은 오히려 세계 최고 경제대국들의 모임인 G8 정상회의를 돋보이게 만들 기회일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은 G8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분위기이다. 선진8개국 G8의 위상이 왜 이렇게 변했을까?

1990년대 초 동구 사회주의가 무너지고 미국이 군사, 정치적으로 유일 패권을 장악하던 시절, 자본주의적 세계 질서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선진국들의 확신은 그 어느 때 보다도 넘쳐났다. 이들이 거침없이 주도하였던 ‘세계화(Globalisation)’는 누구도 막을 수 없는 확고한 대세였다. 21세기라는 새로운 밀레니엄이 시작될 때 까지만 해도 그 기조는 유지되었다.

그러나 21세기를 통과한 지 8년이 지난 지금은 어떠한가? 미국 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첨단 금융메커니즘을 타고 전세계로 급속하게 전염되어 갔을 때, 선진국 중앙은행들과 정부들이 보인 행보는 신속하지도 협조적이지도 못했다. 그로 인한 심각한 영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매우 강력한 세계적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는 식량위기와 석유가격 폭등에 대해서도 아직 통일된 원인 진단조차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제 G8국가들의 위상과 능력은 20세기의 그것과 같지 않다. 이는 1997년 전세계에서 G8의 경제 비중이 65퍼센트였던 것이 10년 뒤인 2007년에 58퍼센트로 줄어들었던 데서도 드러난다. 이를 반영하듯 골드만 삭스 로버트 호매츠 부회장은 “세계는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세계 경제권력 조직은 예전과 같지 않다. G8 회원국에 변화를 맞는 첫 시점이 찾아올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고유가 대책이라고 내놓은 건 “매우 우려한다” 는 공허한 선언

국제 유가가 배럴당 140달러를 돌파하여 세계경제를 심각한 위기국면으로 몰고 가고 있지만 선진국들 사이에서는 아직 유가상승의 원인 진단조차 제대로 모아지지 않은 상태다. 국제 금융자본의 투기적 거래가 유가 상승의 주요원인이라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지만,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즉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들의 수요 급증이 원유가격 급등의 원인”이라는 미국정부 주장이 여전히 거세다. 유가 상승의 주요 원인이 수급차질인지, 투기거래인지가 합의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미국 의회 내부에서는 투기적 거래가 유가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오고 있지만 행정부와 투자은행들은 투기효과를 크게 보지 않고 있다.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은 최근 “달러가 유가에 미치는 영향력은 매우 작다.”, “고유가를 부추기는 몇몇 요소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지배적인 요인은 수급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급격한 원유가격 상승에 대해 매우 우려한다.” 따위의 공허한 선언이 G8에서 합의될 석유문제 처방법이라는 황당한 보도가 나오고 있다.

실효성 없는 “식량 생산국 수출규제 원칙적 폐지”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이 나서서 투기성 자본이 석유와 농산물 등의 1차 산품 시장에 유입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공조를 제의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참관인 자격인 브라질의 제의가 얼마나 큰 영향을 줄지 의문이다. 결론적으로 석유가격 폭등을 막기 위한 투기자본 규제 대안이 나오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고유가에 대한 G8의 허술한 인식 수준은 식량위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G8 국가들은 식량문제 역시 주로 인도, 중국 등 신흥 성장국의 영향으로 인해 수요는 늘어나고 공급은 줄어드는 수급문제로 진단하고 있다. 때문에 대처 방안도 식량생산 증산문제와 식량수출통제 완화방안에 초점이 맞춰진다. 또한 식량 공급 부족에 대처하기 위해 국가별 식량비축제도(국가별로 곡물 비축량을 할당하여 할당된 식량을 보관하면서 비상시 시장에 방출해 가격을 안정시키는 시스템)를 만들고 이를 관리하기 위한 국제식량기구를 창설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식량위기에 대한 G8의 결론은 “식량 생산국들의 수출규제를 원칙적으로 폐지한다.”는 정도로 모아지고 있다. 또 다시 의미도, 실효성도 없는 방안이 제출된 것이다. 사실 주요 식량 수출국들은 우크라이나, 아르헨티나, 인도, 카자흐스탄, 브라질, 파키스탄 등으로 G8과는 관계가 없는 국가들이다. 유일하게 러시아가 식량 수출국이자 G8 국가로 포함되어 있을 뿐이다. 이러니 G8의 수출규제 폐지선언이 무슨 실효가 있겠는가?

전농과 민노총 소속 투쟁단 일본 입국 거부당해

이와 동시에 G8은 ‘식량으로 사용되지 않는 식물을 사용하는 제2세대 바이오 연료 보급 추진’을 합의 내용에 포함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영국 가디언이 폭로한 세계은행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바이오 연료 생산으로 인해 식량가격이 75퍼센트나 상승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바이오 연료 문제는 더욱 신중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자선단체인 액션에이드도 보고서를 통해 선진국들이 바이오 연료에 대해 부과하고 있는 보조금을 철폐하고 경지를 바이오연료 생산지로 전용하는 것을 5년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번 G8 정상회의에서는 G8 국가들의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반대하는 세계 NGO들이 일본 삿포르에서 ‘반대 및 대안 서밋’ 행사를 열고 있다. 우리나라의 노동자, 농민단체들도 참석을 위해 지난주 출국했다. 그러나 7월 3일 전국농민회총연맹 소속 농민투쟁단 19명이 일본정부에 의해 입국을 거부당했고, 7월 4일에는 민주노총 투쟁단 5명 역시 입국을 거부당했다.

아시아의 경제대국 일본과 세계 일등 경제 강국들의 격에 맞지 않는 민감한 반응이다. 이들이 이렇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더 이상 자신들이 세계를 주도할 능력과 힘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 일지도 모른다.

김병권/새사연 연구센터장

*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은 생활인과 함께 한국사회의 진보적 대안을 모색하는 민간 싱크탱크입니다. >> 새사연 바로가기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