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2008.07.07 10:41

적자경영 혁신한다는 민영화, 흑자기업만 팔아먹었다

MB노믹스의 주요 정책들이 잇달아 폐기 또는 보류되고 있다. 그러나 공기업 민영화만은 이명박 정부의 정체성과 직결된 문제로 인식되면서 강행될 예정이다.

아직 민영화 대상과 방침이 구체적으로 정해지지는 않았으나 △16개 공적자금 투입 기업 조기 매각 △산업은행을 포함한 금융공기업 임기내 완전 민영화 △정부와 지자체의 인력감축과 업무 민간이양 △기타 시장적, 준시장적 공기업 10~20여개의 민영화 △공공기관 산하 자회사들의 민영화는 이미 추진되고 있거나 추진될 것이 확실하다.

외환위기 이후 공기업의 적자경영과 비효율적이고 방만한 경영을 혁신한다는 이유로 민영화가 대거 진행되었다. 그러나 실제 지난 기간 민영화가 이루어진 기업들은 국가재정에 도움이 되는 흑자기업이었다. 골치덩어리 적자 공기업을 흔쾌히 사갈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또한 민영화 이후 효율적 경영이 이루어졌다는 확실한 근거도 없다. 이는 공공기관 혁신이 민영화가 아닌 다른 방법에 의해 달성되어야 함을 암시한다.

대기업과 금융자본의 사업확장 기회일 뿐

신자유주의 아래에서 민영화란 국가가 보유하고 있는 재산과 공기업, 기관 가운데 “시장의 영역에서 고수익 추구가 기대되는 우량공기업”을 사적 자본에게 넘기는 것이다. 결국 공기업 민영화는 매각 주체인 정부 입장에서에는 ‘방만한 공기업 혁신’일지 몰라도 매수 주체인 대기업과 금융자본 입장에서 보면 사업 확장을 위한 ‘대형 M&A 시장의 창출’이다.

이미 한국의 대기업과 재계는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부터 M&A를 통해 꾸준히 몸집을 키워왔고 이는 2007년부터 급격히 증대되었다.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인 대기업이 2007년 62개에서 17개가 추가되어 2008년 79개로 늘어났다. 뿐만 아니라 이들의 계열사 수도 2007년 1,196개에서 2008년 1,680개로 1년 만에 484개가 늘어났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이미 대기업으로 우리경제의 경제력 집중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민영화는 여기에 가속을 붙여줄 것이다.

이처럼 국내 재벌들의 인수합병 움직임이 활발해진 이유는 이들의 자금조달능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국내 대기업들은 그동안 신규 설비투자를 꺼리고, 고용을 축소하는 등의 보수적 경영을 하면서 상당한 현금성 자산을 축적해왔다. 이제 대기업들은 이명박 정부가 제공하는 공기업 민영화와 금융산업 육성 환경을 활용하여 더욱 대대적인 인수합병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 공기업 인수를 위한 준비 완료

재계와 외국자본, 금융시장이 기다리고 있는 민영화 1순위 기업은 워크아웃을 끝내고 호조세를 맞고 있는 공적자금투입 우량기업들이다. 이들은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 산업은행 등을 통해 공적자금이 투입되었으며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그런데 이들을 매수하는 과정에서 대기업들이 과도한 금융차입을 시도할 개연성이 높고, 지금과 같은 경기침체국면과 금융불안 국면이 얽히면 다시금 부실 위험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부문에서 가장 먼저 민영화 계획이 확정, 발표된 분야는 산업은행이다. 자산규모 100조원대의 산업은행 민영화와 함께 비슷한 규모의 기업은행 민영화 그리고 200조원 규모의 우리금융지주회사의 매각도 진행될 것이다. 그러나 재벌 대기업은 금산분리에 묶여 지금 당장 산업은행 민영화 일정에 합류하기가 어렵다. 이에 재벌 대기업들은 은행권이 아닌 증권가를 중심으로 활발한 인수합병을 진행하고 있다. 이미 대기업 계열사 증권회사가 11개에 이른다.

공기업 민영화는 산업은행과 같은 비상장 기업의 상장으로 자본시장 규모가 커짐은 물론, 묶여있던 정부보유 주식이 시장으로 대량 유통되면서 자본시장에게 기회를 열어준다. 나아가 국내외 투자은행들은 M&A시장과 자본시장에서의 상장, 투자자문, 인수합병 자문을 포함하는 대규모 금융적 수요에서 사업기회를 얻게 된다.

안그래도 어려운 경제, 공기업 팔아서 대기업에 줘야 하는 이유가 뭔가?

결국 이명박 정부 아래 강행될 민영화는 다음과 같은 효과를 남기게 될 것이다.
(1)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고, 한국경제에 대한 대기업의 지배력과 영향력도 확대될 것이다.
(2) M&A 붐은 곧 자본시장과 M&A 금융시장을 확장시킬 것이고, 자본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금융자본과 투자은행들에게 수익처를 제공할 것이다.
(3) 이명박 정부에게는 법인세 감면과 같은 감세를 대체하기 위한 재원 확보의 기회가 될 것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와 재계가 말하는 ‘규제완화와 감세로 인한 투자활성화’는 “구조조정과 감원을 동반하는 M&A형 투자”임을 알 수 있다. 고용창출 효과가 아니라 고용감소 효과로 이어지고, 사회양극화의 완화가 아니라 사회양극화 확대로 나타날 것이다.

2008년 하반기 한국경제는 기획재정부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내수침체와 물가폭등, 고용추락의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가 보유 재산과 흑자 공기업을 팔아 재계의 몸집불리기를 더해주고, 자본시장에 수혈을 해 주어야 할 어떤 긴급한 이유도 없다.

우리 국민들도 이제 민영화를 ‘공기업 혁신’의 창(窓)이 아니라 ‘대기업 M&A’의 창으로 다시 바라봐야 한다.

김병권/새사연 연구센터장

*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은 생활인과 함께 한국사회의 진보적 대안을 모색하는 민간 싱크탱크입니다. >> 새사연 바로가기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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