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 07 / 24 이탁연,이희주,정태인
 

여름 휴가철을 맞이하여 새사연이 새로운 기획을 준비하였습니다! 새사연 연구원들은 연구를 잊은 빈 시간을 어떤 걸 하면서 보낼까요? 복잡한 현실에서 벗어나 한 템포 쉬어가자는 의미에서 교훈도, 시의성도 없는 아주 '사적인' 글들이 7월 넷째 주 한 주간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즐거운 휴가 보내세요! (편집자 주)

 

 

 

[새사연 여름기획특집] 숨겨진 취향 vol.3


이탁연, 이희주, 정태인

 

 

 

 

  

댓글예배

이탁연/새사연 청년혁신활동가

 

알람소리 들린다비몽사몽 중인 나를 일상으로 다시 세우는 포털앱지난밤에는 무슨 일이 있었나월드컵과 재보선류현진과 휴양지 관련 기사가 도배된 포털 메인 화면은 나의 관음적 욕망을 부추기고,나는 가장 많은 댓글이 달려 있을 것 같은 기사를 클릭한다새벽이라는 하루의 가장 경건한 시간에,가장 경건한 예배를 드리러 나는 접속한다기사는 읽지 않는다나의 목적은 오직 기사를 읽고 남긴 누리꾼들의 댓글을 읽는 것이다. “미친놈이 따위 저 따위창중이의 부활새누리스럽네따봉은 묵직해야 한다당나라 군대똥별들몽전자전유니폼 판매원홍명박.”

 

위의 예를 넘어서는 차마 글에 담을 수 없는 모욕적이고 경악할만한 댓글은닉네임에 숨어 있는 인간의 타나토스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오프라인에서 충족되지 못한 누리꾼의 욕망은 타인에 대한 분노와비난과폭언과 비아냥거림으로 치환되고오프라인의 권력들은 조롱과 힐난의 대상말 그대로걸레가 된다.

 

20세기의 신전이 백화점과 극장이었다면, 21세기의 신전은 단연 댓글창이다높은 힐을 신은 채 도도히 쇼핑하고멋진 옷을 차려입은 채 두 시간동안 스크린을 째려보던 당신의 20세기는힐보다 높아진 명품의 문턱과극장의 VIP석에 의해 다시 한 번 좌절될 뿐이다이제는 21세기그럴듯한 삶을 소비하고당신이 분노하는 일상으로부터의 해방은 모두에게 평등한(오직 마녀에게만 불행한댓글을 통해 이루어진다당신은 기사의 대상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유머와 평화를 얻고 세상과 화해한다.

기자님들어서 맛깔스러운 기사로 된 성찬을 준비하십시오나는 스마트폰을 들고 경건한 마음으로 포털앱에 접속합니다물론 저는 직접 기도를 드리지 않습니다타인들이 댓글창에 싸놓은 배설물을 마음껏 흡입하며 대리만족을 느낄 뿐이죠휴가철 하와이제주도는 못가도나는 지금 당신이 부르는 찬송댓글에 충분히 안락한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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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낱이 파헤쳐진 사랑의 민낯

이희주/새사연 연구원

 

휴가철에 보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영화일지도 모르겠다유쾌하지도 발랄하지도 않은 작품이니그렇지만 시끌벅적한 바캉스 분위기에서 한 발짝 물러나 좀 더 고즈넉한 시간을 보내길 원하는 당신이라면한번쯤 시도해 볼만하다.

 

지난 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가장 따뜻한 색블루>는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연인의 관계에 대한 서사이다영화는 아델과 엠마 두 사람의 첫 만남부터 헤어짐까지 사랑의 기승전결을 담담하게그러나 한 치의 가감 없이 담아냈다그 결과 두 인물의 이야기는 정제된 것이 아닌 날것으로 다가와 보는 이를 보다 효과적으로 끌어들인다.

 

본 영화는 사랑은 곧 생의 감각과 통한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강조한다이 점은 다른 영화라면 가차 없이 잘려 나갔을만한 먹고 자는’ 생리적인 장면들의 반복적 배치로 잘 드러난다개봉 전부터 화제가 되었던 강도 높은 섹스신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이와 같은 컷들은 불필요하다기 보다는 오히려 사랑의 일상성을 강조하는 장치가 되어 엠마와 아델의 이야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동성애를 그린 작품임에도 퀴어 영화의 장르적 특성이 전혀 두드러지지 않는 점도 그러한 일상성’ 때문일 테다.

 

두 사람의 만남 이전 엠마의 색채였던 파랑은 서서히 아델에게로 전이된다둘은 결국 아델의 외도로 파경을 맞게 되지만 천천히 물드는 파랑처럼 아델의 삶에 스며든 엠마는 그 이후로도 오랫동안 아델의 일상을 지배할 것이다엠마를 만나 사랑을 하고그 사랑을 다시 잃는 일련의 과정을 겪고 난 이후 <아델의 삶>은 결코 그 이전과 같을 수 없으리라. (<아델의 삶>은 이 영화의 원제이다.)

 

변치 않겠다는 연인의 속삭임은 새빨간 거짓말에 불과하고사랑이 주는 환희가 달콤할수록 그 끝은 더욱 잔인할 수밖에 없다이를 알면서도 다시금 사랑에 빠지고 마는 인간의 자가당착은 결국 스스로의 존재를 타자를 통해야만 확인할 수 있는 인간의 나약함에서 기원하는 것일 테다언젠가 식어버릴 것을 알아도 사랑하는 그 순간은 몸서리 쳐질 만큼 명징한 생동감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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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취향일리 없지만...  

정태인/새사연 원장

 

참으로 고약한 숙제다. “새사연 연구원들의 숨겨진 취향이 주제인데 더구나 교훈 따위 사절이 붙어 있다숨겨진 취향이라니그야말로 숨겨야 할 취향이라면(예컨대 실로 프라이버시에 속한다면밝힐 수 없을 테고남들이 잘 모르는 취향이라면나는 없다자못 곰곰이 생각해 봐도 없다.

 

평생을 그냥 공부하고 글 쓰는 일로 살았고가끔 월급 받는 직장에 다녔어도 말 그대로 비정규직이었으니 주 업무에 지쳐서 다른 일에 몰두해 본 경험이 없다. “천하에 재수 없게” 들릴지 몰라도 글 읽는 게 내 취향인 모양이다(글 쓰는 건 나도 괴롭다). 한 때 틈틈이 낚시를 다녔지만 이젠 그 마저도 귀찮아서 1년에 한번 정도나 갈까낚시광인 유시민이불현 듯 생각이 났는지 전화하면 그 날 바로 맨 몸으로” 따라 나서는 정도가 됐다.

 

남들이 다 아는 취향이라면 물론 없을 리 없다술 좋아 한다는 거야 천하에 다 소문이 난 사실이 아닌가하지만 이 또한 취향이라고 부르기 민망한 것은특별히 좋아하는 술집이나 술 종류가 있는 것도 아니고 술에 관한 지식 또한 일반인보다 조금 더 많은 정도지 역사와 제조법을 꿰뚫어 해박하단 소리를 들을 정도는 결코 아니다.

 

해서 이번 여름에도 나는특히 강연이 없는 피서철에는 연구원에 나와 있을 것이다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한 생태거시경제모델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늦가을에 발표해야 하는 다원적 발전 모델의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다하지만 유붕자원방래라고 누군가 전화를 걸어 온다면 언제나 술이 우선이다단 8월 5,6,7일은 몽골에서 마유주를 마시고 있을테니 이 기간만 피하시라회원 여러분과의 대작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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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