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 09 / 06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새사연은 지난 해 '한국사회 분노의 숫자'라는 타이틀로 우리사회의 불평등과 불공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기획 연재를 진행했습니다. 1년이 지난 현재 우리사회의 불평등은 더욱더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고, 최근에는 불평등에 대한 감수성이 '갑과 을'이라 문구를 통해 보편화 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새사연은 2013년 7월부터 "분노의 숫자 시즌2"라는 제목으로 우리사회의 불평등을 더욱 세밀하게 분석해 보고자 합니다.(편집자 주)






▶ 용어 해설


무역 의존도


무역의존도는 상품과 서비스의 수출과 수입 전부를 합한 규모가 경제규모(GDP) 대비 얼마나 큰지를 측정하는 것으로서 한 국가 경제의 대외 의존도를 알아볼 수 있는 지표다. 무역 의존도가 100이면 수출과 수입을 합한 금액이 국내총생산 규모와 같다는 뜻이다. 이와는 반대로 민간소비 비중은 국민경제에서 민간의 최종소비지출(정부지출 제외)이 차지하는 비중을 측정하는 것으로써, 내수(민간소비 + 기업의 투자)를 알아보는 가장 중요한 지표 가운데 하다. 



▶ 문제 현상


인구가 9번째로 많지만 대외 의존도가 8번째로 큰 나라 한국


우리는‘한국은 내수규모가 작아서 무역에 의존하는 성장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개발 연대시대의 명제를 오랜 동안 당연한 상식으로 받아들였다. OECD에 가입한지 거의 20년이 가까워 오고 있고 경제규모도 세계 15위인 지금까지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 결과 무역 의존도는 계속 높아져서 2010년 무역규모 1조 달러 돌파를 기념하기도 했고, 1990년에 50%정도에 불과하던 무역 의존도가 2011년에 이르면 100퍼센트에 육박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면에서는 내수시장의 침체와 국민들의 구매력 약화를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했고, 우리 경제가 수출 대기업 위주로 기형화되는 구조를 만들어 내게 된다. 다시 말해, 재벌들이 성과를 나누지 않는 상황에서도, 낙수효과가 이미 사망을 선고했음에도 계속해서 대기업 중심의 수출 정책만 지속된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한국의 민간소비 비중은 OECD국가들 가운데 9번째로 가장 낮은 국가가 되었으며, 반대로 무역의존도는 가장 높은 8번째 국가다. 이는 곧 내수경제 구조의 빈약함과 이로 인한 가계경제 약화 등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런데 정말 한국은 규모가 작은 경제라서 절대적으로 수출에 의존해서 경제를 운영할 수밖에 없을까? 그리고 해외에서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자면 대규모 재벌기업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수밖에 없는 것일까? 하지만 냉정하게 국제사회를 돌아보면,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가 넘는 우리나라의 인구 5천만 명은 경제적으로 절대 작다고 치부할 수 없는 규모다. 충분히 내수시장 활성화로 경기 부양이 가능한 국가라는 것이다. OECD국가 34개국 가운데 우리보다 인구가 많은 나라는 미국, 일본, 멕시코, 독일, 터키,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8개 국가 뿐이다. 그 외에 스페인, 폴란드, 캐나다를 포함하여 26개국은 한국보다 인구가 작은 나라들인 것이다. 


한국보다 민간소비 비중이 작은 8개 국가들은 인구가 최대 1100만 미만의 정말 소규모 경제 국가들뿐이고, 한국보다 민간소비 비중이 큰 나라들 가운데에 한국보다 인구가 작은 나라들도 부지기수다. 무역 의존도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국보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나라들 가운데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는 인구 1600만 명의 네덜란드다. 나머지는 모두 이보다 적은 인구를 가지고 있다. 한국이 인구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내수규모가 작고 대외의존도가 높다는 것을 말해준다.


결국 한국경제는 OECD 국가들 가운데에서 인구대비 민간소비 비중이 가장 작고, 무역 의존도가 가장 큰 나라임을 알 수 있다. 가난한 국민 부유한 수출 대기업의 신화는 이런 토대 위에 만들어졌다. 내수 규모가 작아서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경제정책이 계획적으로 대기업 수출 중심으로 이뤄졌고 경로의존성과 여러 이해관계로 인해 경제정책이 선회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 문제 진단과 해법


내수기반이 탄탄한 경제로 전환해야


지금 우리경제가 지난해 2퍼센트에 이어 올해에도 비슷한 수준에 머무를 것은 자명하다. 특별한 외부충격 없이 이처럼 경제가 사실상 정체한 상황은 일찍이 없었던 일이다. 그것은 지금까지 유지되어 온 한국경제 성장동력이 바닥이 났음을 알려준다. 노동자와 국민들의 소득억제에 기초하여 대기업들의 수출로 성장하는 방식의 한계를 말한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을 정도로 너무 멀리 대외 의존형 경제성장 구조를 심화시켰다.



앞으로 ‘긴 안목에서’ 성장방식의 전환을 지금부터라도 시작해야 한다. 국민들의 소득기반을 다시 확대하고 구매력을 증대시켜 내수 시장의 활력을 복원해내야 한다. 이제까지 새사연이 강조해왔던 ‘소득기반 성장전략’은 그 유력한 대안이 될 것이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