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 07 / 04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새사연은 2012년 1월부터 '경제를 보는 세계의 시선'이라는 이름으로, 경제에 관해 눈여겨 볼만한 관점이나 주장을 담은 해외 기사, 칼럼, 논문 등을 요약 정리하여 소개했습니다. 2013년부터는 '2013 세계의 시선'이라는 이름으로, 경제 외에 사회 분야까지  확장하여 해외의 좋은 주장과 의견들을 소개합니다.(편집자 주)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가 국제적인 조세 피난처인 버진 아일랜드에 재산을 숨겨둔 부자들의 명단을 연속적으로 공개하고 일부 유력인사들의 연루가 드러나면서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국회에서도 진보 정의당 박원석 의원 등이 한국 부유층의 조세 피난처를 이용한 탈법 탈세행위의 심각성을 지목하기도 했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도 이 문제에 대해 몇 차례 지적한 바가 있다. 특히 핵심은 조세 피난처를 넘어 전 세계에 계열사를 둔 다국적 기업들이 이전가격시스템을 이용하여 광범위하게 조세를 회피하는 행위라고 지목하면서 다음과 같은 지적을 했다.

 

“다국적 기업들이 사용하는 전형적인 역외탈세 수법은 바로 합법과 불법 기준이 모호한 ‘이전가격 시스템(transfer price system)'이다. 예를 들어 한국에 본사를 둔 자동차 회사가 프랑스에 법인을 세우고 자동차를 판매했다고 하자. 프랑스 법인이 직접 소매 판매하는 대신 세금이 낮은 아일랜드 법인에 원가보다 조금 높게 넘기고, 아일랜드 법인에서 이익을 크게 붙여 판매했다면 프랑스 법인은 이익이 거의 없을 것이므로 세금도 거의 안 낼 것이다. 한술 더 떠서 세금이 낮은 이웃 룩셈부르크에 금융법인 계열사를 설립한 뒤 프랑스 법인이 여기서 금융대출을 받게 하고 그나마 이익도 이자비용으로 룩셈부르크 금융법인에 돌려줬다면, 프랑스 법인은 매출이 아무리 많아도 세금을 한 푼도 안 낼 수 있다. 이익은 없고 비용만 잔뜩 늘어났으므로.”(김병권, “글로벌 대기업들의 탈세수법은 따로 있다.”)


그런데 때 마침 지난 6월 27일자로 유엔무역개발회(UNCTAD)에서 2013년 세계투자 보고서("WORLD INVESTMENT REPORT 2013")를 발표하면서, 보고서의 일부에서 조세 피난처와 페이퍼 컴퍼니를 통한 자금 이동 규모에 대해 적시를 해놓았다. 이 보고서의 안에 “직접투자와 역외 금융(FDI and offshore finance)”이라는 약 4쪽 분량의 짧은 내용이 그것이다.

 

보고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조세 회피처로의 자금 이동이 오히려 크게 증가했다는 점을 지목하고 있다. 또한 전형적인 조세 회피처는 전체 글로벌 자금 흐름에서 볼 때 크지 않은 부분임을 강조하면서, 예를 들어 룩셈부르크, 헝가리, 네덜란드 같은 낮은 조세국가들에서 주로 활동하는 특수목적회사들의 자금 규모가 훨씬 크다는 점을 주의환기 시켜준 점은 흥미롭다.

 

그리고 금융위기 이후 조세회피지역으로의 자금 유입 규모를 커지게 만들고 광범위한 조세회피행위를 하는 핵심 주체는 글로벌 다국적 기업이며, 이들이 이전가격시스템 등을 활용하여 대규모 조세 회피를 할 개연성이 높다는 점을 정당하게 지목하고 있다. 하지만 보고서 내용에서는 더 이상 상세히 다루지 않아 아쉬운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세 회피처를 경유하는 최근의 글로벌 자금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요약해 놓고 있고 몇 가지 정책적 제안까지 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검토해 볼 만한 가치가 있어 소개한다.

 

 

 

 

세계 직접투자 자금 흐름과 역외 금융(조세 회피처)
(FDI and offshore finance)

 

2013년 6월 27일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http://unctad.org/en/pages/PublicationWebflyer.aspx?publicationid=588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사회는 조세회피(tax avoidance)를 줄이고 국제 금융거래의 투명성을 증진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왔다. 예를 들어 조세 투명성을 개선하고 금융거래 정보교환을 촉진하는 것이 G20정상회의가 출범부터 고려한 핵심과제였다. 조세 회피처(tax haven)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미있는 압력이 가해졌고 각국 정부들은 개인과 기업에 대해서, 그리고 조세회피구조에 제약을 두려는 활동가 그룹들은 다국적 기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압박을 해왔다.

 

1. 직접투자와 역외금융(Offshore finance)에 대한 거시적 경향

 

직접투자에서의 역외금융 메카니즘은 주로 1) 역외금융센터(Offshore Financial Centers; OFC)또는 조세 회피처(tax haven), 2) 특수목적 회사(Special Purpose Entities; SPE). - 환율 리스크 관리나 투자금융 등을 용이하게 할 목적으로 설립된 외국 계열사들이나 지주회사같은 특수 회사들로 구성된다. 이들 회사는 세금이 낮거나 세금관련 특별한 혜택을 주는 나라들에 세워지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자체로는 아무런 경제행위를 하지 않을 수도 있고 소수의 직원들만 있으며 비 금융자산도 거의 없다.(사실상 페이퍼 컴퍼니라는 말이다. -인용자) 역외금융센터나 특수목적회사는 제 3국으로부터, 또는 제 3국으로 자금을 옮기는 통로역할을 하곤 한다.

 

지금 역외금융센터에 대한 자금투자는 여전히 역사적으로 최고 수준에 도달해있다.  2011년보다 약 100억 달러(-14%)가 줄기는 했지만, 2012년 역외금융센터로 투자된 자금은 거의 800억 달러에 달했다. 특히 역외금융센터로 자금이 몰려든 것은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된 이후다.([그림 1] 참조) 2007~2012년 기간에 역외금융지대로 유입된 자금은 연 평균 750억 달러에 달했는데, 이는 금융위기 이전인 2000~2007년 기간 연평균 유입액 150억 달러를 훨씬 초과하는 것이다. 조세 회피처의 경제는 이제 무시할 만한 상황이 아니며 전 세계 직접투자의 6%에 달하고 있다.

 

조세회피처로 들어온 자금은 곧 다른 곳으로 흘러간다. 유입된 자금의 상당 부분은  원래 국가로 되돌아가는(round-tripping) 자금이다. 예를 들어, 러시아에서 가장 많이 투자하는 키프러스, 네덜란드,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 3개국은, 러시아에 가장 많이 투자하는 3개국이기도 하다. 이는 사실상 외국인 직접투자자로 위장된 국내 투자와 거의 유사한 것이다. 역외 금융센터로 흘러들어온 자금의 상당부분은 다른 나라로 재투자하기 전에 잠깐 머물러 있는 투자자금이다.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헝가리 소재의 특수목적회사를 통한 금융 흐름은 유엔 직접투자 데이터에 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 특수목적회사는 다수의 주요 투자 국가들에서 투자 흐름과 양에 상당히 큰 역할을 하고 있고 그 역할도 증대되고 있다. 룩셈부르크와 네덜란드는 특수목적회사들에게 세금혜택을 주는 전형적인 나라다. 과거 10여 년 이상 이들 회사를 유치한 대부분 국가 경제에서 이들 회사들은 직접투자와 관련하여 중요한 존재가 되었다. 이런 현상은 특수목적회사가 역사적으로 주변적 역할 정도밖에 못했던 포르투갈과 덴마크 같은 나라들에서도 증가하고 있다. 이들의 직접투자가 자본을 유치한 국가 경제의 활동에 영향을 준 정도를 측정할 데이터는 없지만 대부분은 제 3국으로 다시 재투자된다. 예를 들어, 오스트리아에 들어온 직접투자의 1/3은 특수목적회사가 유입시킨 것인데, 유입된 자금 대부분은 중.동부 유럽으로 재투자된다.

 

특수목적회사를 유치한 나라들에게로 투자 결정을 내리는 것은 조세혜택 때문이고 이중과세 방지 조약이 되어 있는 경우다. 예를 들어 모리셔스(아프리카 동쪽의 섬나라)는 인도와 이중과세 방지협정이 맺어져 있는데, 비 거주 인도인들이 소유한 외국기업들에게 매력적인 곳이다. 이들은 모리셔스에 지주회사를 설립하고 인도에 투자하는 것이다. 특수목적회사 투자자금의 전달자로서, 모리셔스는 인도에 대한 최대의 직접투자 국가가 되었다.

 

세금회피가 역외금융센터와 특수목적회사의  주요 동기지만 이외에도 다음과 같은 이유들이 있다.

 

▶ 조세체제가 서로 다른 국가들에서 온 파트너들과 조인트 벤처를 만든다든지 하는 식으로 조세 중립적인 해법(tax-neutral solution)으로서 조세 회피처를 이용할 수 있다.


▶ 서로 다른 법적 관할권에 분산되어 있는 주주들이 법적 중립성(legal neutrality)을 위해 조세회피처를 이용할 수 있다.


▶ 제도가 취약한 국가의 기업들이 국제적 비즈니스를 보다 용이하게 하고 국제 자본시장과 법적 시스템에 접근하기 쉽게 해 줄도 있다.


 

2. 조세회피를 줄이고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과 그 결과

 

OECD가 주도해왔던 국제 금융거래에서의 조세회피 방지를 위한 견고한 노력들은 주로 역외금융센터에 초점이 가 있지만, 역외금융센터로 들어오는 자금은 줄어들지 않았다. 그 이유는,

 

▶ 역외금융센터로 들어오는 핵심적인 자금은 자금을 잠시 보관(parked)해두려는 다국적기업(transnational corporation;TNC)의 해외 현금 보유 차원에서 봐야 한다. 실제로 역외 금융센터로 유입된 자금은 다국적 기업의 수입이 해외에 머무른 규모와 유사한데, 2005년 미국의 자국투자법(Homeland Investment Act)의 효과가 한편에서는 미국 다국적 기업의 자금이 해외에 머무르게 하였고, 그 자금이 역외금융센터로 유입되게 되었다. 2008년 이후 역외금융센터의 자금유입을 감소시키려는 노력은 다국적 기업들이 해외에 남겨둔 현금보유의 기록적인 급증과 함께 동시에 발생했고 때문에 효과가 상쇄된 것이다.

 

▶ OECD일부 국가들이 역외금융센터로의 자금 유출을 줄이려 했던 효과는, 전체 글로벌 투자자금에서 새로운 투자 국가들의 비중이 증대함에 따라 상쇄되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역외금융센터로 유입되는 자금은 2009년에 390억 달러에서 110억 달러로 2/3 수준까지 줄었다. 같은 해에 일본에서 유입된 자금은 230억 달러에서 130억 달러로 줄었다. 하지만 이러한 감소는 신흥 투자 국가들의 자금 유입증가로 상쇄되었다. 

 

그러나 역외금융센터는 문제의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국제적인 노력이 역외금융센터의 조세회피 방지에 맞춰져 있지만, 실은 특수목적회사를 통한 자금흐름이 훨씬 중요하다. 2011년에 역외금융센터로 900억 달러의 자금이 유입되었지만 헝가리,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단 세 나라에서는 특수목적회사를 통해 6000억 달러 이상이 유입되었다고 보고되고 있다. 특수목적회사를 이용하는데 약간의 변동이 생겨도 역외금융센터의 자금유입을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릴 정도다. 또한 여기서는 직접투자만 거론했지만, 다국적 기업들이 낮은 조세 국가들을 이용하여 세금을 회피하는 이전가격 구조(transfer pricing schemes)도 중요하다.

 


3. 정책적 고려방향

 

가능한 정책적 대응은 복잡하겠지만 몇 가지 짚어본다면,

 

▶ 역외금융센터만 규제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중심 문제도 아니다.

 

▶ 신흥 투자 국가들에 대한 관심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들의 역할을 평가할 때 고려해야 하는 것은, 이들이 역외금융센터를 이용하는 것이 꼭 조세회피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용이한 회사설립, 무역정책의 이익, 국제투자 협정 등 자국에서 얻지 못하는 다른 잠재적 이익을 위해서 역외금융센터로 자금을 투자할 수도 있다.

 

▶ 국제 금융거래에서의 조세회피 억제와 투명성 확보는 글로벌 이슈이므로 더 집중적인 다자간 접근이 필요하다.

 

▶ 궁극적으로, 역외금융센터와 특수목적회사를 통한 조세회피를 억제하기 위한 노력은, 국가간 법인세율 차이, 역외조세 체제의 활용, 다국적 기업 수익의 본국 송금에 연계된 조세의무 체제 등을 서로 결합시켜 논의해야 한다. 이런 문제들을 동시적으로 접근 하지 않으면, 역외금융센터와 특수목적회사를 통한 조세회피를 줄이려는 노력은 부질없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논의는 역외금융센터와 특수목적회사를 뛰어넘어 이전가격 메커니즘을 포함해야 하는데, 다국적 기업이 실제 부가가치를 창출한 지역에 공정하게 세금을 내도록하는 과감한 해법도 있어야 한다.(예를 들어 통합 접근법으로서, 다국적 기업의 각 지역 자회사가 발생시킨 매출과 자산, 고용 등을 고려하여 각 지역별 과세부담 비중을 정식화 시킬 수도 있다.)

 

▶ 정책결정자들은 역외금융센터나 특수목적회사에 대해 양성적으로 허용 가능한 제한 범위에 관해 유용한 논의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향후에 유해한 조세회피행위나 투명성 부족에 대항해 싸울 수단을 제공해준다.

 

▶  마지막으로, 역외금융센터와 특수목적회사로의 자금의 유출입에 대해 정책 결정자들이 관심을 가져야 하며 이에 대한 모니터링은 중요한 것이다. 특수목적 회사들에 의한 금융거래 정보의 경우 기존 전통적인 직접투자와 분리하여 따로 정보를 수집하고 관리할 필요도 있다.

 

 

원문 게재 사이트:

http://unctad.org/en/pages/PublicationWebflyer.aspx?publicationid=588

 

 

* 보고서 전문을 보시려면 PDF 아이콘을 눌러 파일을 다운로드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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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