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6.19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창조경제가 창조한 것은 ‘창조경제'라는 용어뿐.

 

새 정부가 출범한지 100일이 지나 오랜 준비 끝에(?) 지난 6월 5일, 드디어 정부가 ‘창조경제 청사진'을 공식적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10여 년 전 김대중 정부가 추진한 벤처 활성화 정책과 다를 것이 없을 정도로 전혀 창조적이지 않다는 비판만 되돌아왔다. 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중소 벤처 육성은 김대중 전 대통령 때 추진한 신지식인 운동과 문구, 단어까지 비슷하다는 지적이 있다”고 비판했다. 심지어 새누리당 정희수 의원도, “지난 10년 전 정부와 현 창조경제의 차이점을 전혀 이해할 수가 없다”고 개탄했다.

 

그렇다. 오랜 공을 들여 정부가 정식화시킨 창조경제의 3대 목표-6대전략-24개 추진과제를 들여다 보면, IT중심의 벤처창업정책 말고는 기존에 있는 여러 가지 산업정책과 기술지원 정책을 짜깁기 한 것일 뿐이다. 과거의 추격형 전략에서 선도형 성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반복하고 있지만, 이는 대기업 단위에서 이미 오래전에 실행하고 있는 구호를 뒤늦게 정부가 반복하고 있는 것일 뿐 큰 의미도 없다.

 

좋은 개념이니 내용을 채워 주자고? 버리는 편이 낫다.

 

일부에서는 창조경제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만든 존 홉킨스 교수의 2001년 저작『The Creative Economy』에서 근거를 찾으려고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는 이와 별로 관련이 없어 보인다. 또 일부는 구체적 실체를 찾기 위해 이스라엘의 ‘창업국가' 모델이나, 최근 핀란드에서 노키아 쇠퇴를 대체하는 벤처붐을 들여다보지만, 정부가 뚜렷이 이들 국가를 롤 모델로 했다는 얘기도 들리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이론적 근거도 구체적 사례도 없는 추상적 개념들만 계속 동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민간에서 ‘창조경제 연구회'까지 만들고 있지만, 이 역시 비현실적인 끼워 맞추기식 해석을 할 개연성이 높다. 결국 잘 평가해 본들, 창조경제 정책은 ‘창조경제'라는 용어만 창조한 채 사라질 운명이다.

 

그런데 개인들의 다양한 아이디어와 창의성을 살리자는 취지에서 좋은 개념이니, 개념은 살리고 내용을 전진적으로 채워주자는 ‘선의(?)'의 주장도 있다. 그러다 보니 ‘창조 경제는 이런 것'이라는 개념정의가 말하는 사람들만큼 많아지게 되고, 결국 창조경제라는 개념으로는 전혀 국민들 사이에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않는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가 어렵고 살기가 팍팍한 상황에서, 국민 전체의 지혜를 모아도 모자랄 판에 ‘창조경제'가 국민의 의사소통과 지혜의 수렴을 가로막고 있는 애물단지가 되고 있지 않나? 이론적 근거도 없고, 설득력 있는 유사 사례도 없으며, 지금 경제 환경에도 맞지 않는 국적 불명의 창조경제는 폐기하는 것이 맞다.

 

‘세계 경쟁력'에 집착하기보다 ‘협동경제'로 내부를 다져야.

 

지금 우리 앞의 경제 환경은 글로벌 기술 경쟁력이 뒤처지면서 발생한 것이 아니다. 하드웨어적 스마트폰 경쟁력은 세계최고이며, 가격대비 자동차 경쟁력도 결코 낮지 않다. 그런데도 경제성장률은 2% 밑을 기고 있지 않나? 우리뿐이 아니다. 미국의 경제 역시 IT분야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세계 최고의 경쟁력과 시장 점유율을 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7% 중반대의 실업률을 떨어뜨리지 못하고 있다. 문제가 다른데 있다는 것이다. 고장난 신자유주의 금융시스템, 극단적으로 악화된 불평등 구조 등이 쉽게 치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나친 수출의존도를 줄이면서 국내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여 내수기반을 키워야 한다. 승자 독식의 경쟁시스템을 완충할 수 있도록 사회 안전망을 확장하는 한편, 공공부문의 역할을 회복하고, 특히 협동조합과 같은 사회적 경제 부분을 키워 신뢰하고 협동하는 사회적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에너지 위기를 맞아 에너지 집중형 산업에서 에너지 저소비형으로의 산업 전환도 시작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위한 투자가 필요하고 일자리도 필요하다. 특히 경제위기에서 함께 어려움을 나누고 사회가 함께 살기위해 필요하다. 이런 것을 굳이 이름 붙이자면 협동 경제라고 할 것이다. 필요한 것은 창조경제가 아니라 협동경제라는 말이다.

 

기술혁신과 함께 사회혁신이 절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조와 혁신이 긴요한 것 아닌가? 긴요하다. 물론 IT분야에서 필요하고 이미 민간에서 기업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정부가 정작 관심을 가져야 할 대목은 ‘사회혁신'이다. 가난한 서민에게 과감하게 신용대출을 해주었던 그라민 은행과 같은 발상의 혁신, 느리더라도 시민들이 지자체 예산 결정에 참여하는 참여 예산제의 실험, 그리고 무한 경쟁교육에서 협동하는 교육으로의 전범을 이룬 혁신학교 등이 그런 사례다. 아직도 신자유주의가 우리 사회에 고착시킨 정글 자본주의의 폐해를 하나씩 전복해야 한다. 엄청난 창의적 상상력과 국민적 에너지가 필요하다. 경쟁을 위한 창의적 상상력이 아니라 협동을 위한 창의력, 상상력, 의지가 필요한 것이다. 정부가 북돋워야 할 대목도 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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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