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 07 / 01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새사연은 지난 해 '한국사회 분노의 숫자'라는 타이틀로 우리사회의 불평등과 불공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기획 연재를 진행했습니다. 1년이 지난 현재 우리사회의 불평등은 더욱더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고, 최근에는 불평등에 대한 감수성이 '갑과 을'이라 문구를 통해 보편화 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새사연은 2013년 7월부터 "분노의 숫자 시즌2"라는 제목으로 우리사회의 불평등을 더욱 세밀하게 분석해 보고자 합니다.(편집자 주)

 

 



 

 

 

▶ 용어 해설

 

대기업의 글로벌 생산체제

 

삼성과 현대차와 같은 한국의 글로벌 대기업들이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자본 이동의 자유화에 따라 해외 생산기지 이전을 크게 늘리면서 “해외 투자 → 해외 노동자 고용 → 해외 생산 → 해외 판매의 비중 증가”로 이어지는 현상이다. 우리나라 재벌 기업들은 주로 2000년대 이후 글로벌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 문제 현상

 

삼성은 최고의 스마트폰 제조사로서 도약했지만

 

삼성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스마트폰을 주력으로 하여 쟁쟁한 일본 기업들을 연이어 따돌리고 세계 점유율 1위를 기록하면서 애플과 세계시장을 놓고 겨루고 있다. 현대차는 품질 경쟁력 등을 개선하며 만년 중하위 그룹의 이미지를 벗고 세계 5위로 도약하면서 최고의 영업 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 결과 삼성과 현대차에게 좋으면 우리 국민에게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은 더욱 확고해지는 것 같다.

 

하지만 여기에 함정이 하나 있다. 1990년대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글로벌 생산체제의 구축이 가속화 되면서 유력 대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다고 해서가 국민경제와 국민이 부유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으로의 성장 → 고용의 확대 → 소득 증대 → 구매력 증가 → 수요의 확대 → 생산의 확대”라는 사이클이 국민경제 안에서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게 되었던 것이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 시점부터 세계적 주목을 받으면서 선방했던 삼성전자와 현대 자동차가 그랬다.

 

휴대폰 10대 중 1대만 국내 노동자들이 생산한다.

 

2011년 기준으로 삼성의 스마트 폰은 전 세계적으로 1억대 가까이 팔렸다. 그러나 10대 가운데 1대 정도만이 우리나라 삼성 구미공장에서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만든 것이다. 나머지 9대는 중국, 베트남, 브라질, 인도 등에 있는 삼성공장에서 그 나라 노동자들이 생산한 것이다.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삼성의 스마트폰이 선전했다고 박수를 쳤지만 사실 우리에게 좋은 일은 하나도 없는 것이다.

 

사정은 재계 순위 2위인 현대차 그룹도 비슷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현대 자동차가 상대적으로 상당한 선방을 기록했지만 사실 대부분은 해외생산이 차지했다. 예를 들어, 현대차가 2007년에 국내생산한 자동차는 170만대였고 2011년에는 190만대로 4년 간 국내 생산은 약 20만대가 늘었다. 그런데 같은 기간 해외생산은 90만대에서 220만대로 무려 130만대나 늘었던 것이다. 중국, 미국, 인도, 터키, 러시아 공장 등에서 해당 국가 노동자들이 취업하여 생산을 늘린 것이다. 그 결과 2010년에 이르러서 역사상 처음으로 현대 자동차의 국내생산과 해외 생산 비중이 역전된다.

 

경제위기 와중에 이와 같이 급작스럽게 해외생산 기지만을 빠르게 확대한 결과는 무엇일까? 바로 국내 고용정체다. 대기업이 해외생산을 빠르게 늘였던 2006년에서 2011년 사이 국내 고용과 해외 고용을 각각 어떻게 늘렸는지 알아보자.

 

이 기간 동안 현대차의 국내 고용은 약 5만 5천 명에서 5만 7천 명으로 약 2천 여 명 정도 늘어났다. 연 평균 증가율 0.8%다. 그런데 해외 공장의 고용은 2만 명에서 2만 9천 명으로 늘어났다. 매년 평균 증가율이 9.4%에 이른다. 삼성은 어떤가? 국내 공장은 8만 5천 명에서 10만 명으로 1만 5천 명이 늘었다. 제법 늘었다고 생각하는가? 하지만 해외 공장은 5만 명에서 12만 명으로 두 배가 넘게 늘었고, 연 평균 증가율이 25.8%다.

 


▶ 문제 진단과 해법

 

2012년 재선에 성공했던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산업 생산의 무대를 국내로 돌리겠다는 '기업의 재이전(Relocalisation)’ 전략을 세우고 당시 공화당 롬니 후보와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롬니가 창업한 베인캐피탈이 중국과 인도로 일자리를 이전한 기업에 투자했던 전력을 공격의 대상으로 삼았던 것인데, “롬니는 아웃소싱 대장(outsourcer-in-chief)", “오마마는 인소싱(insourcing)을 믿는다.”는 문구의 TV광고를 공격적으로 내보내기도 했다.

 

이는 우리에게 무엇을 시사하는가? 현재의 한국은 더 이상 외자 유치를 외쳐야 하는 나라가 아니다. 재벌들이 국내에서 축적된 자본을 해외에 들고 나가 해외생산기지를 건설하는 해외투자국가의 반열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제는 삼성과 현대차 같은 재벌기업들의 매출과 수익이 올라간다고 우리경제가 자동적으로 좋아지고 고용이 자동적으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재벌이 커지고 기업 이익이 늘어나는데 고용은 늘지 않고 국민들의 소득도 정체해 있었던 괴리 현상의 비밀이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고용창출을 위해 대기업을 지원할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의 성장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중소기업 일자리의 질을 올리기 위해 하청 중소기업과 원청 대기업 사이의 불공정거래와 납품단가 후려치기를 근절시켜야 한다. 그리고 재벌 대기업들은 법인세 증세 등을 통해 고용책임과 사회적 책임을 요구해야 한다.

 

이제는 해외공장 이전과 아웃소싱이 선진국의 대세가 아니다.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 환경 속에서 자국의 일자리 창출과 좋은 일자리로의 전환이 각 국가 경제정책의 핵심목표가 되어가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불안정한 해외수요 기반을 대체하는 안정된 내수 창출을 고민해야 할 시점에 있는 것이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