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3.15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소비자 물가지수(CPI·Consumer price index)라는 것이 있다. 국민들이 느끼는 물가수준을 지표화하고 인플레이션에 대한 정책적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만들어 내는 통계지표 중 하나다. 우리나라의 경우 매달 세 번씩 전국 32개 도시의 1만2천개 소매점포에서 거래되는 500여종의 상품과 서비스를 통계청이 현장조사한 자료를 토대로 발표한다. 적지 않은 인력과 장비가 지속적으로 투입돼야 함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많은 상품을 인터넷으로 구매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소매 판매액에서 온라인 쇼핑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처음으로 10%대를 넘어 10.5%를 기록했다. 앞으로도 계속 비중이 늘어날 것이다. 그런데 시장이나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사고팔 때는 데이터로 기록되지 않지만 온라인 쇼핑은 모두 데이터로 저장된다. 누가 언제 어느 쇼핑몰에서 무슨 상품을 얼마 주고 샀는지, 결제수단은 무엇이었는지, 계좌는 어느 은행을 이용했는지 모조리 기록된다. 

그렇다면 단번에 이런 상상이 가능할 것이다. 굳이 통계청 직원들이 매달 몇 번씩 전국 시장을 돌아다니며 물가를 조사하고 이를 컴퓨터에 입력해 소비자 물가지수를 만들 필요가 있을까. 온라인에서 저장되는 데이터 분석으로 곧바로 소비자 물가지수(CPI)를 계산할 수 있지 않을까. 

정답은 "그렇게 할 수 있다"이다. 세계적인 검색회사 구글의 ‘구글 가격지수(GPI; Google Price Index)’가 그것이다. 온라인 거래는 아직 소비자들의 부분적 구매행위이므로 제대로 가격변동을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구글측에 의하면 2008년 이후 각국의 인플레이션 조짐 등에 대해 구글 가격지수가 해당국보다 먼저 파악할 수 있었다고 할 만큼 정확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이런 유형의 데이터 분석과 활용기술이 최근 각광받고 있는 ‘빅 데이터(Big Data)’ 기술이다. 인터넷을 통해 쌓이는 엄청난 정형·비정형 데이터와 클릭 스트림·로그기록을 그냥 버리는 것이 아니라 분산처리 기법과 정교한 데이터 분석방법을 통해 과거에 불가능했던 의미 있는 결과를 유도해 내는 것이다. 구글이나 야후, 국내의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업체들이 이 분야에 먼저 뛰어들고 있는 중이다. 

분명히 중요한 기술적인 진보이며 우리의 삶을 더욱 개선시켜 줄 것이다. 구글 가격지수와 유사하게 구글 독감 트렌드(Google Flu & Dengue Trends)라는 것도 있다. 사용자들의 검색어에서 독감 관련 빈도가 증가하면 이를 분석해 독감발생 추이를 예측해 주는데, 미국 질병관리국(CDC)이 엄청난 인력을 동원해 예측하는 것과 거의 일치했다고 한다. 상업적인 회사인 구글이 자사의 빅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 세계에 비영리 서비스를 해 주고 있으니 이 역시 의미가 있으며 우리의 삶을 더 낫게 만들어 줄 것이다.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서비스를 하고 있지 않지만.




그런데 구글에게 이렇게 호의적인 뉴스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지난해 말 조세회피 논란이 그 사례다. 구글이 2011년 세전수익의 80%에 해당하는 98억달러를 법인세가 전혀 없는 버뮤다로 옮겨 세율을 절반 가까이 줄였다는 것이 밝혀져 세계적인 논란거리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구글을 포함해 명성 있는 많은 미국기업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미국으로 보내지 않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 다국적 기업은 소득의 원천지에 관계없이 전 세계 소득에 대해 미국 법인세 기준을 적용받는다. 

그런데 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 가운데 해당국가에 법인세를 내고 난 나머지 세금은 그 수익을 미국으로 반입하는 순간 납부하게 되기 때문에 해외에서 번 소득을 미국으로 보내지 않고 있는 것이다. 2012년 현재 미국계 다국적 기업의 해외 자회사들이 해외 취득소득을 본국에 돌려보내지 않아 1조7천억달러의 현금이 해외에서 보관되고 있다는 것이다. 

재정적자와 증세 논란으로 수년째 미국 정치권이 극단의 대립을 하고 있고, 높은 실업 상황에서 사회보장 지출 감소로 수많은 미국 시민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거대 첨단기업들의 세금 회피는 극적인 대조를 보인다. 구글이 세금을 내지 않는 공백만큼은 다른 누군가가 대신 내야 하거나 공공서비스가 줄어든다는 것이 아닌가. 구글의 조세회피는 명백히 많은 미국 시민들의 삶을 개선시키는 데 역행한 처사였다. 구글이라는 회사가 2013년 지금 시점에서 미국 시민의 삶에 기여하는 가장 긴급하고 우선하는 것을 정할 수 있다면 그것은 과연 무엇일까.

새 정부 출범 보름이 지나도록 행정부 구성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논란의 중심이 되면서 정부조직개편에 대한 국회의 최종 통과가 지연된 사정이 있다. IT와 기술 융합이 범정부적으로 추진되면 분명히 우리 삶에 기여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기술이 모자라 세계가 경제위기에 빠졌고 기술혁신이 안 돼 세계 각국이 실업과 저임금으로 고통 받고 있는 중인가. 기술혁신은 대개의 경우 이로운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그것이 더 나은 삶을 사는 데 필요한 수단에 불과하다면 때와 조건에 맞게 강조해야 할 일이다.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신고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