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 /정치2013.03.12 09:59

2013 / 03 / 09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브라질 전 대통령 룰라가 평가하는 차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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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브라질의 룰라와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동시대에 동일한 과제를 떠안았던 남미의 대표적인 두 지도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 스타일은 상당히 달랐고 때문에 국내외적인 평가도 다르게 나타난다. 어쨌든 2003년부터 2010년까지 브라질 대통령을 지냈던 룰라는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대통령과 함께 8년 동안 남미의 반신자유주의 개혁과 남미 통합을 위해 협력과 경쟁, 때로는 일정한 갈등을 겪으면서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한 대표적 지도자임에 틀림없다. 그만큼 차베스를 근접 거리에서 경험했으면서 동시에 일정한 거리에서 평가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지도자가 룰라다.

 

차베스 대통령이 서거한 다음날 룰라는 오랜 정치적 동반자인 차베스를 추모하는 장문의 글을 뉴욕 타임스에 기고했다. 이 글에서 룰라는 차베스의 정치 스타일이나 행동에 대해 자신이 동의하지 못하는 대목도 있음을 솔직하게 시인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시종일관 차베스가 베네수엘라 민중에 바친 헌신과 남미의 통합에 기여한 공적이 그 어떤 것으로도 부정될 수 없다는 확신을 글 전체에서 강조하면서 추모와 경의를 표하고 있다. 그리고 이 내용들을 독자들에게 매우 설득력 있게 전달해주고 있다.

 

2007년 봄 『베네수엘라, 혁명의 역사를 다시 쓰다』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던 우리 연구원은 차베스의 서거에 즈음하여, 그때나 지금이나 주관적인 평가가 극단으로 엇갈리는 우리의 지적 풍토에서 좀 더 객관적 접근을 돕고자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룰라의 글을 요약해 보았다. 다른 글은 몰라도 룰라의 생생한 평가에는 대부분 공감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본 문]


차베스 이후의 남미

(Latin America After Chavez)

 

뉴욕 타임스(New York Times)

2013년 3월 6일

룰라(Luiz Inacio Lula da Silva)

 

오랜 암 투병 끝에 지난 3월 5일 화요일 우고 차베스가 서거한 이 시점에서, 그가 남미의 통합을 위해 했던 역할과, 베네수엘라 빈민에게 그의 14년 재임기간이 가지는 의미는 역사가 정당하게 평가해줄 것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 우리는 베네수엘라 국내 및 국제 정치적 문맥 차원 모두의 측면에서 차베스 대통령의 의미에 대해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그럴 때에만 틀림없이 오늘날 가장 역동적인 대륙인 남미의 지도자와 민중들로 하여금, 지난 10년 동안 추진해왔던 국제적인 통합을 더 전진시키기 위하여 우리 앞에 놓인 과제를 명확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차베스 대통령의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와, 남미국가들의 통합을 위한 그의 깊은 신념, 그리고 민중의 고통을 개선하는데 절실했던 사회 개혁을 위한 그의 헌신이 없어진 상황에서, (남미 통합과 같은) 과제들은 새삼스럽게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다.

 

차베스 대통령이 특히 보건과 주거, 교육 등에서 이룬 사회개혁은 수천만 베네수엘라 민중들의 삶을 개선시키는 데 성공을 거두었다.

 

차베스 대통령이 주장하거나 실천한 것 모두를 꼭 동의할 필요는 없다. 그가 논란이 많은 사람이고 때로는 극단적이며, 논쟁을 절대 회피하지 않는다든지 어떤 주제도 터부시하지 않는 인물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차베스 대통령이 했던 것들 중 어떤 것은 말하지 않는 편이 더 분별력 있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 나에게 들었을 때도 있었다고 시인한다. 그러나 그것은 그의 개인적인 성향이며 이로 인해 그의 품격을 조금이라도 떨어뜨려서는 안 되는 것이다.

 

차베스 대통령이 가지고 있었던 이데올로기나, 비판자들이 ‘권위주의(autocratic)’라고 간주했던 정치 스타일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못할 수 있다. 그는 가볍게 정치적 선택을 하지 않았으며 자신이 내린 결정에 대해 절대 흔들리지도 않았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정직한 사람이라면, 더구나 그의 극심한 반대파라고 하더라도, 베네수엘라 빈민과 남미의 통합을 위해 차베스 대통령이 보여주었던 높은 동지애와 신뢰, 그리고 심지어 애정을 부인하지는 못할 것이다. 나의 인생에서 만났던 수많은 유력 인사와 정치 지도자들 가운데, 남미 대륙과 그곳에서 생활하는 다양한 민중들(토착 인디언이나 유럽과 아프리카인의 후예들, 그리고 최근의 이민자들)의 통합을 차베스만큼 그렇게 믿었던 지도자는 거의 없다.

 

장래에 유럽연합 모델을 향해 갈 수도 있는, 12개 정부들의 조직으로 2008년에 구성된 남미국가연합의 결성 조약에서 차베스 대통령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2010년에 남미 공동체와 카리브해 국가들은 미주기구(OAS)와 나란히 정치포럼을 구성함으로써 통합을 이론적 수준에서 실천적 단계로 도약시켰다. (미주기구와 달리 미국과 캐나다는 포함되지 않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이나 미주개발은행(IDB)과는 다른 새로운 대출기관인 남미은행 역시 차베스의 리더십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차베스 대통령은 남미가 아프리카나 아랍세계와 더 밀접하게 연결되도록 발전시키는데 매우 관심을 기울였다.

 

만약 공인(公人)이 아무런 이념(idea)도 남기지 않고 사망했다면, 그의 유산과 정신 역시 사망해버리고 말 것이다. 그러나 차베스 대통령은 아니었다. 강력하고, 역동적이며, 잊을 수 없는 차베스의 이념(idea)은 대학에서, 노동조합에서, 정치 정당들에서, 그리고 민중들이 사회적 정의와 고통의 경감과 권력의 공정한 분배를 문제 삼는 모든 장소에서, 앞으로 수십 년 동안 토론될 것이다. 아마도 그의 이념은 미래에 청년세대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다. 위대한 남미의 해방 전사 시몬 볼리바르의 인생이 차베스 자신에게 영감을 주었던 것처럼.

 

이념적 영역에서 차베스의 유산이 지저분한 정치 세계에서 현실화되려면, 추가적인 작업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그 지점에서 그의 이념은 논쟁되고 경쟁될 것이다. 차베스 없는 세계는 차베스가 했던 노력과 의지를 대체할 새로운 지도자를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차베스의 꿈은 한낮 문서상으로만 기억되지는 않을 것이다.

 

차베스 대통령의 유지를 지키기 위해,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대통령 지지자들은 민주적 제도를 구축하고 강화하기 위한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그들은 정치 시스템을 더 유기적이고 투명하게 만들어야 한다. 더 쉽게 정치적 참여를 할 수 있게 해야 하며, 반대파와 더 대화하도록 해야 하고 노동조합과 시민사회 그룹을 더 강화해야 한다.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통합과 차베스 대통령이 어렵게 성취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런 것들이 요구된다.

 

차베스 지지자이든 반대파이든, 군인이든 민간인이든, 가톨릭 신자이든 개신교도이든, 부자이든 빈민이든 그들의 미래를 약속할 국가적 잠재력을 현실화시키는 것은 의심할 바 없이 모든 베네수엘라인의 열망이다. 그 열망은 오직 평화와 민주주의만이 현실화시킬 수 있다.

 

차베스 대통령이 창설을 지원했던 다양한 기구들 역시 남미 통합에 기여하게 될 것이 확실하다. 그는 더 이상 남미 정상회의에 참여하지 못하겠지만 그의 이상(ideals)과 베네수엘라 정부가 계속 이어가게 될 것이다. 남미와 카리브해 정치 지도자들의 민주적 동지애는 우리들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그리고 문화적 통합에 대한 최선의 보증이 될 것이다.

 

통합을 향한 움직임에서, 우리는 돌이킬 수 없는 지점에 와 있다. 그러나 남미 통합 노력을 지속시키면서도 유엔이나 국제통화기금, 세계은행과 같은 국제 포럼에 대한 남미 국가들의 참여 협상에 대해서도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2차 대전 이후에 탄생한 이들 기구들은 오늘날 다극화된 세계의 현실과 충분히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

 

카리스마 있고, 개성이 강하며, 어떤 지도자들도 갖기 어려운 대중과의 친화력과 소통 능력을 가지고 있던 차베스 대통령이 그리울 것이다. 나는 함께 대통령을 하던 8년 동안에 브라질과 베네수엘라와 우리 민중들의 이익에 기여했던 그와의 우정과 동반정신을 언제나 소중히 생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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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